현대전 승패 가르는 '스펙트럼 주권' 확보 핵심…미래 전장 지배력 좌우
LIG넥스원-대한항공 '47년 전자전 기술력'…임무장비 전문성 강조
KAI-한화시스템 '항공기 통합·인증' 독점 경험으로 맞불
현대전의 서막은 포성으로 열리지 않는다. 첫 교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 스펙트럼 영역에서, 적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소리 없는 전쟁으로 시작된다. 바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이다.
아무리 강력한 전투기와 미사일을 보유했더라도 적의 레이더망과 통신 시스템이 마비되는 순간 거대한 고철 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다. 현대전에서 전자전 능력이 전쟁의 승패 자체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한 이유다.
전자전기는 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지휘하는 핵심 사령탑이다. 평시에는 적의 통신과 레이더 신호를 샅샅이 훑는 '감시자'로 활동하며 위협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한다. 전시에는 강력한 교란 전파, 즉 재밍(Jamming)을 방사해 적의 방공망 전체를 거대한 먹통으로 만든다.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적의 신경망을 마비시켜, 아군 전투기와 미사일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핵심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안전 통로'를 여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 전장의 승패를 가를 전자전 능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약 1조8천억 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개발 사업이 대한민국 방위산업계 최대 격전 분야로 떠올랐다.
이번 경쟁은 '임무장비'의 전문성을 내세운 LIG넥스원-대한항공 연합과 '플랫폼' 통합 능력을 강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연합의 대결로 압축됐다.
LIG넥스원은 47년간 축적한 전자전 기술력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주장한다. KF-21 통합전자전장비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시스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정교한 '임무장비(두뇌)'가 전자전기의 핵심이라는 논리다. 군용기 개조 경험이 풍부한 대한항공과 손잡고 기술적 전문성을 극대화했다.
이에 맞서는 KAI는 항공기 체계통합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T-50, KF-21 등을 개발한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로서, 안정적인 '플랫폼(뼈대)'이 전제 돼야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규모 개조 항공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감항인증' 분야의 독점적 경험은 KAI만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레이더 분야 강자인 한화시스템과 연합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경쟁은 고도의 임무장비 개발 능력과 항공기 전체의 통합·인증 능력 중 어느 쪽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둘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선택으로 귀결될 전망"이라며 "대한민국 영공의 보이지 않는 지배자를 결정할 이번 사업의 결과는 미래 국방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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