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광복(光復)', 말 그대로 빛을 되찾는다는 뜻이다. 그 빛은 단순한 광원이 아니라, 어둠을 밀어내는 진실과 정의, 시대를 관통하는 에너지다.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 행사의 주제는 '겨레의 빛'이었다. 이곳 '겨레의 집'에서는 태극기와 함께한 근현대사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독립운동가 부부와 삼남매가 함께 찍은 한 장의 빛바랜 가족사진이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빛을 가장 직관적으로 다루는 장르는 단연 사진이다. 흔히 '빛의 예술'이라 불리는 사진은 찰나의 빛을 붙잡지만, 그 여운은 시간과 상상을 넘어선다. 한 장의 사진이 기억을 되살리고, 진실을 증언하며, 세상을 흔들기도 한다. 그것이 사진의 힘이다.
이 힘을 직접 마주할 기회가 곧 대구에서 열린다. 사진의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담아내는 국제 행사,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오는 9월 18일,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개막한다.
사실 대구는 오래전부터 사진과 인연이 깊은 도시다. 사진 동호회, 아마추어 사진 교실, 지역 사진가들의 꾸준한 활동은 오랜 시간 대구 사진예술의 저력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대구미술관, 사립미술관, 아트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역 사진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비엔날레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시민과의 거리'다. 규모와 완성도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관람객이 체감하는 밀도는 아쉽다. 곡절은 있겠지만,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듯하고, 일반 시민이 직접 찍은 사진을 자유롭게 선보일 기회도 찾기 어렵다.
이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프랑스 '아를 포토 페스티벌', '파리 포토 데이즈' 등은 거리 전시, 오픈 포트폴리오 리뷰, 시민 워크숍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축제의 중심이다. 국내에서도 '동강국제사진제' 등은 시민 큐레이터, 거리 문화아카이빙 등 관람자를 '참여자'로 전환하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역시 이 같은 방향성을 더 고민할 시점이다. 전문성과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시민 참여의 문턱이 높아진다면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있다. 예술의 완성도와 대중적 개방성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사진은 세계의 현실을 담는 매체이자, 도시의 골목과 얼굴, 일상의 단면을 기록하는 생활예술이다. 그만큼 포용적이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축제가 시민의 삶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그 존재 이유는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사진의 힘은 이미지 자체보다, 그것을 나누고 공감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에 있다. 지금,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그 연결의 힘을 회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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