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대 '빚투' 증시, 정부가 부추겼지만 책임은 투자자의 몫

입력 2025-12-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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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역대 최대이고, 은행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도 급증하면서 3년 만에 최고 잔액(殘額)을 찍었다. 5대 은행의 11일 기준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천582억원으로, 열흘 새 6천745억원 늘었다. 규제가 심한 일반대출 대신 고금리를 떠안고 마통으로 대출을 최대한 당기고 있다. 증권사로부터 주식 투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일 역대 최고치인 27조4천65억원을 기록했다. 연말이면 주가가 오르는 '산타 랠리'에다 코스피 5,000 시대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 등이 동시에 작동해서다.

부푼 기대감 속에 주식시장이 연일 치솟는다면 모두가 행복한 연말을 보내겠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은 꽤나 섬뜩할 정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로 상승을 기대했던 글로벌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인공지능(AI) 거품론의 재확산이다. 대규모 투자에 비해 수익 창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핵심인데,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동반 하락했고, 거침없이 4,000선을 뚫었던 코스피도 횡보(橫步)를 거듭하고 있다. AI 거대 기업들과 연계된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량도 최근 들어 급증했다. 기업이 부도를 냈을 때 돈을 주는 금융상품이 주목받는다는 말이다. 영국 연금기금들은 이런 우려 속에 미국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AI 거품론에 대한 반론도 많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인터넷 기업 버블)에 비해 기업 가치 평가가 부풀려지지 않았고, 과열 양상도 덜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세계적 유동성(流動性) 랠리가 막바지라는 진단과 함께 일본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 주춤하는 가상화폐 상승세 등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요소들이다. 최근 달러 약세 속에도 여전히 고환율 위험에 노출돼 있는 우리나라는 훨씬 더 위태롭다.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외치며 모든 국민이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하라고 독려하는데 결국 책임은 오롯이 개인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