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공훈장·국가유공자 지정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바뀌나

입력 2025-12-16 05:00:00 수정 2025-12-16 10: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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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진압 책임 논란이 일었던 고(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11월 4일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국가유공자 증서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박 대령은 제주 4·3 사건 발생 한 달 만인 1948년 5월 6일 부임(赴任), 작전을 수행하던 중 6월 18일 새벽 남로당 지령을 받은 하사관 총에 목숨을 잃었다. 박 대령은 195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에 추서(追敍)됐고, 국가보훈부는 최근 박 대령의 양손자 신청에 따라 그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여권과 제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4·3유족회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위해 국방부는 유공자 지정 근거가 됐던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敍勳) 취소를 검토한다고 한다. 무공훈장이 취소될 경우 국가유공자 지정도 취소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국방부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데, 제주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사람들의 성향과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박 대령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했다. 2003년 정부가 작성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역시 "박진경 연대장의 진압 작전에 대해서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뉜다"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훈법 제8조는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국가 존립과 안전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한 경우, 훈장 및 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공훈장을 취소하려면 무공훈장 수여 당시의 근거를 번복할 만한 분명한 반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군인이 주어진 임무 수행 중에 남로당 지령을 받은 자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의 임무 수행과 임무 수행 중에 발생한 불상사는 구별되어야 한다. 80년 가까이 지난 일에 대한 분명한 사실 규명 없이 특정 진영의 반발과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무공훈장을 취소하고, 국가유공자 지정을 철회(撤回)한다면 정치적 재단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