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나요? 삶의 태도부터 바꾸세요

입력 2025-08-14 14:04:55 수정 2025-08-14 15:04:52

글쓰기의 태도
백정우 지음/ 한티재 펴냄

정말 오랜만에,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그리고 든 생각. 서평을 어떻게 써야한담.

영화평론가이자 북 칼럼니스트인 백정우가 펴낸 새 책 '글쓰기의 태도' 얘기다.

책 속 그의 말처럼 나 역시 하루에도 수많은 글을 읽고 쓰는 '글로생활자'(글로 밥을 먹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몇 문장만 읽어도 좋은 글인지 아닌지 감이 오고, 맞춤법은 물론 문장의 주술 관계나 부호, 부사·형용사의 적절한 사용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러니 25년여 간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아 글을 읽고 쓰고 가르쳐온, 삶이 곧 글인 그의 책 서평을 쓴다는 것은 평소 글을 쓰지 않는 이들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큰 부담이다. 역시나 책 속에 등장하는 그의 말마따나 '글로생활자'의 세계는 엄격하기 때문. 아, 차라리 글을 아예 쓸 줄 모르는 편이 나았을 것을.

쓸데없이 고백하건대 13년째 글 쓰는 직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직업이 글과 관련되지 않은 이들은 더할 터. 그런 이들을 위해 세상에는 글쓰기 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수많은 책들이 존재한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책이 시키는 대로 하면 당신도 잘 쓸 수 있어"와 같은 요령, 노하우로 현혹하는 그런 책들.

그런 책들이 난무하는 시대 속,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이 책은 글쓰기 참고서 혹은 지도서가 아니다. 글 잘 쓰는 법을 알려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라고 못박는 그의 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은이는 결국 글쓰기 백날 배워 봐야 소용없다는 쪽에 가까운 그런 뻔한 얘기 대신 글을 대하는 마음, 즉 태도부터 다시 탄탄하게 세울 것을 권한다.

책은 ▷태도에 관하여 ▷기억하고 기록하는 삶을 위하여 ▷습관이 빚어낸 습관에 대하여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으며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특히 그는 글쓰기의 뿌리가 일상에 있고,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함을 얘기한다.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와 1천원권 지폐를 연결해 설명하는 대목이나, 거리에서 발견한 간판 이름 '더이버' 얘기 등을 통해 지은이는 감각의 예민함, 집요한 관찰력이 글쓰기의 기초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스쳐 지나는 장면도 한 번 더 바라보고 기억하는 감각, 그리고 그것을 적어두는 습관이 글쓰기의 출발점이라는 것.

자신의 글쓰기 경험을 통해 만난 사례들도 여럿 등장한다. 오디오 수집 경험을 통해 '좋은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귀를 여는 태도'임을 깨달은 얘기, '외워야 사는 남자'로서 콘서트 해설을 준비하는 과정, 수많은 노트와 메모 속에서 글을 구성해나가는 자신만의 방식 등이 그것이다.

책에서는 아는 만큼 보이듯 아는 만큼 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의 인문학적 깊이와 성찰, 2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마감을 어겨본 적 없을 정도로 일상의 루틴을 지키는 강박에 가까운 삶을 엿볼 수 있다.

결국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태도와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단순히 당연한 얘기가 아니라, 그가 일상에서 절절히 느끼고 깨달은 끝에 얻은 해답이다.

책은 처음 글을 쓰려는 이에게는 단단한 안내서가, 이미 글을 쓰는 이에게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 거울이 돼준다. 무엇보다 '쓰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 천천히 글과 삶을 연결해 나가고자 하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의 솔직담백한 얘기가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마침(?) 그의 글은 매일신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자 책 면에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칼럼을 연재하고 있어서다. 이 기사 바로 아래에 있는 그 글이다. 272쪽, 1만8천원.

https://news.naver.com/hotissue/main?sid1=110&cid=200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