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산 반토막 나는 동안 인건비 지출은 몇 배 불어나

입력 2025-08-13 06:30:00 수정 2025-08-13 11:31:25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전경.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무리한 기관 통폐합을 통해 직원이 250명에 달하고 예산이 1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대해졌지만, 정작 주요 사업비는 3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지역 문화계에서는 "직원들이 자리싸움에만 골몰하는 사이 기본적인 예산조차 지키지 못한 채 '지역문화진흥'이라는 본연의 목적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는 질책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구문예진흥원(2022년의 경우 대구문화재단)의 주요 지원사업비를 살펴보면 2022년 25억원이었던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은 15억으로 40% 줄었고,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은 6억2천800만원에서 3억5천으로 44.3%, 기초예술진흥사업은 3억에서 2억으로 33.3%, 청년예술가지원은 1억5천에서 1억2천으로 20% 삭감됐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사업비는 19억2천600만원이었던 사업비가 3년 사이 7억4천400만원으로 61.4%가 사라졌으며, 생활문화센터 운영비 역시 8억5천600만원이던 것이 3억8천만원으로 55.6% 줄었고, 생활문화육성지원 역시 1억5천만원에서 7천65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반면 인건비 예산은 매년 증액됐다. 2022년 회계년도에는 예산 42억1천571만원(집행 36억595만원)이던 것이 2024년 회계년도에는 예산 120억2천256만원(집행 107억8천513만원)으로 예산 기준 2.85배(집행 기준 2.99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진흥원 직원 247명 중 198명에 대한 인건비로, 시에서 파견된 공무원 49명의 인건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2023년과 비교해도 2024년 인건비는 1년 만에 예산 기준 5.95%(집행 기준 4.62%) 인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지원사업비 및 인건비 지출 내역.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지원사업비 및 인건비 지출 내역.

이에 대해 한 문화계 인사는 "대구문화재단이던 시절 지원하던 사업의 절반 가량을 운영하는데 직원수와 임금규모는 몇 배 커진게 무슨 통합이며 시너지냐"면서 "오히려 문화계 전체로 봐서는 진흥원이 '돈 잡아먹는 하마'가 돼 버린데다, 본연의 역할인 정부 사업 공모 등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엔 관심조차 없고 내부 갈등만 계속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장 내 헤게모니 장악에만 열을 띄다보니 임원조차 직원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방만한 조직이 돼 버린 것도 문제다. 현재 각 본부장과 관장, 진흥원장까지 2년짜리 개방형 임원이 되다보니 실무를 장악한 부장들이 실질적인 진흥원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흥원 기획경영본부장의 경우 교육청과 대구시 퇴직 공무원이 잇따라 자리를 차지하다보니 '대구시 감사 면피용'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진흥원 한 직원은 "자기들이 필요할 땐 내부 승진, 아닐 경우에는 개방형 부장·본부장을 고집하는 등 원칙조차 없이 이해관계로만 인사가 점철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제규정을 다시 점검해 인사 통제권을 바로 잡아 내부 위계를 바로 잡는 혁신안을 내놔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내부 혼란 상황에 대해 김진상 기획경영본부장은 "솔직하게 말해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바로잡기가 쉽지 않은 게 내부 형편"이라면서 "저를 비롯한 간부급 모두가 옷을 벗어도 시원찮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