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까〉
왼쪽 오른쪽
고개를 갸웃갸웃
오른발로 콧수염을 쓱쓱 문지르다가
왼발로 눈을 싹싹 비비다가
살금살금 다가왔다가
두리번거리는 길고양이
- 단지 내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
이 푯말 새로 세운
입주자회의 대표가 누구일까
〈시작 메모〉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니다 보면 곳곳에 붙어 있는 경고문이 자주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라는 문구는 그 글씨의 딱딱함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냉정함을 함축하는 듯하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파트는 자산적 가치가 우선되는 '우리만의 영토'다. 더더욱 쾌적하고 안전해야 하는 이유이다. 담장 밖 늘어나는 길고양이는 위생과 소음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아파트 환경을 해치는 방해물일 뿐이다. 집안의 고양이는 '애기'지만, 집 밖의 길고양이는 척결할 대상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조차 못마땅하다.
경고문 앞을 지나가면서 이 글을 읽는 어린이를 여러 번 상상해 보았다. 길고양이를 만난 아이는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제 가까이 올 때까지. 눈치를 보던 고양이가 긴장을 풀고 살금살금 다가오자마자 아이는 아예 쪼그려 앉아 손을 내민다. 그 순수한 마음을 붉고 딱딱한 고딕 글씨가 앗아갔다. 화자가 고개를 갸웃갸웃하고 콧수염을 싹싹 비비는 것은 이런 모순된 상황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동물보호라는 엄청난 환경 문제나 아파트의 자산적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그래서 경고문을 향해 천진하게 되묻는다. 그 푯말의 주체인 입주자회의 대표가 누구냐고.
동시를 쓰면서 우리들 사는 모습의 앞면과 뒷면을 함께 보려고 애썼다. '진실은 밝은 달의 뒷면에 있다. 그렇다고 보이는 앞면이 틀린 것은 아니다'는 마음으로 어른의 세계도 함께 보면서 말이다.
◆약력
-2000년 '아동문학평론' 동시로 등단, 2004년 같은 잡지에 평론 발표
-동시집 '뚝심' '한여름 눈사람', 평론집 '포스트휴먼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 등 출간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한국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계절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