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문예광장] 모과나무가 있는 집/ 김용주

입력 2026-01-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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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시인
김용주 시인 '모과나무가 있는 집' 관련 이미지 사진. 김용주 시인

〈모과나무가 있는 집〉

김해 외곽 주동 마을 노인 혼자 사는 집

삼백 살 모과나무 명줄이 곤곤한데

할머니 그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절하신다

나보다 세 배나 더 살아오신 목신인데

나와 함께 가자는 듯 시름시름 앓는다며

때 되면 물 뿌려 드리고 거친 껍질 다듬는다

가는 길 깔끔해야지 훌훌 털고 가야지

태평가 가사를 외며 흥에 겨운 할머니

더러는 먼 길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시작 노트>

늙은 모과나무와 할머니의 존엄한 생의 동행

이 작품의 모티브는 한 그루의 나무 앞에 서 있는 삼백 살 먹은 모과나무의 존재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곧 자기 삶의 끝을 대하는 질문으로부터 이 시조는 시작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몸으로 견뎌온 시간의 산증인이었다. 그래서 말보다는 모과나무와 인간의 내면을 행간에 표현하려고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무, 그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절하는 할머니의 몸짓과 숨결이 시어가 되었다. 절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이자 오래 살아남은 것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모과나무를 관찰하거나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이 많은 모과나무 앞에 선 할머니의 태도 "두 손 모아 절하"는 장면에서, 인간이 자연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를 보았다. 그것은 신에게 올리는 절이 아니라 온갖 것으로부터 생을 견뎌온 시간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몸의 언어이다. 그것은 말보다 몸짓이 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과나무를 '몸신'이라 표현한 이유는, 신성함을 초월적인 개념에서 끌어내리고 싶었다. 오래 견뎌온 생의 두께, 반복된 계절을 통과한 몸의 기억을 통해 할머니보다 세 배나 더 살아온 존재 앞에서 삶의 길이를 다시 재는 순간,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하나로 겹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명줄이 곤곤하다"는 표현을 통해 생의 쇠약함과 함께 끝을 앞둔 존재가 지닌 고요한 위엄을 함께 담고자 했으며, "나와 함께 가자는 듯 시름시름 앓는다"는 구절을 통해, 죽음은 먼저 살아온 존재가 뒤따르는 이를 부르는 제안이며, 홀로 가는 길이 아니라 동행의 길을 의미한다. 또한 물을 뿌리고 "거친 껍질을 다듬는" 일은 생을 붙들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떠나는 길을 단정히 준비하는 의식의 하나다.

삶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 "가는 길은 깔끔해야지"라는 구절을 통해, 오래 사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떠날 것인가에 대한 나에 대한 삶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삶의 마지막을 붙잡지 않고, 정리하려는 마음이 생을 존엄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수 종장, 할머니가 "먼 길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라는 표현은, '할머니→모과나무→함께 가는 시간'은 결국 나 자신이 도착하게 될 자리, 미래에 대한 열린 기다림 속에서, 나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이 시는 죽음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 살아남은 존재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마음과 태도를 표현하고자 했다. 모과나무와 할머니는 함께 늙어가고, 함께 떠날 준비를 한다. 그 조용한 동행의 감각이 이 시의 출발이자 도착점이다.

김용주 시인
김용주 시인

◆약력

‐2009년 '시조세계' '대구문학' 신인상 등단

‐점자 겸용시조집 '본다, 물끄러미' 2018년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받음,

동시조집 '별이 된 별별 이야기' 등

‐제6회 전국도동시비문학상, 제26회 대구시조문학상, 2025 서울 지하철공모전 선정 등 다수

‐대구시조시인협회 부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대구문인협회 이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