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순권 한동대 석좌교수는 평생 공생을 추구하는 헌신의 삶을 살아왔다. '공생'이란 종류가 다른 생물이 서로 이익을 주며 함께 사는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 간의 관계가 그 예다.
김 교수는 경북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농촌진흥청(농진청)에 진출하여 옥수수와 인연을 맺었던 1969년부터 지금까지 57년간 옥수수를 사랑했다. 각종 병충해, 풍토적 악조건을 견뎌낼 수 있는 신품종을 수없이 개발하였다. 국내를 넘어 아프리카 중서부, 동남아시아, 중국, 러시아 및 북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으며 최근에는 몽골을 오가며 몽골이 직면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김 교수의 활동을 크게 나눠보면, 1기는 농진청에 근무하다 미국 하와이대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다시 복귀하여 매문병, 해충, 가뭄에 강한 교잡종(交雜種) 옥수수인 수원 19, 20, 21호 개발에 성공한 1978년까지 10년 동안이다. 이때부터 '옥수수 박사'라는 애칭이 생겨났다.
2기는 1979년부터 1995년까지 17년간 나이지리아의 국제열대농업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중서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스트라이가라는 기생식물을 견디면서 잘 자랄 수 있는 오바슈퍼옥수수 1, 2호를 개발한 때이다. '오바'는 왕을 뜻하며 그는 공적을 인정받아 세 부족으로부터 명예 추장에 추대될 정도로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3기는 1995년 가을부터 경북대 농과대학 교수로, 한동대 석좌교수로 각각 15년씩 봉직한 시기이다. 이 기간의 두드러진 업적은 북한 전역에 보급한 슈퍼옥수수 12품종, 당뇨병 치료에 효험이 있는 독도블랙콘, 탄소량을 줄이고 기후온난화를 막아주는 바이오옥수수 개발이다.
이러한 연구를 인정받아 농업 부문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벨기에 국왕의 국제농업연구대상을 포함한 수많은 상을 받았고 다섯 번이나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 대한민국에 세 번째 메달을 꼭 안겨주길 바란다.
포항에 있는 국제옥수수재단에서 그와 두 번 대담하면서 필자는 그의 삶을 '공생'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세계 식량난 해소와 환경 보호라는 그의 연구 목적과 그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옥수수 교잡종을 만드는 과정 전부가 공생을 위한 것이었다.
첫째, 옥수수 A종과 B종을 교잡하여 교잡종 'A+B'를 만들어 A종과 B종이 갖지 못한 병충해에 대한 내성과 나쁜 풍토에서의 적응력을 높이고 알곡 생산량을 두 배 또는 세 배로 늘이는 일 그 자체가 A종과 B종의 공생인 것이다. 게다가 단일 품종보다 다양한 품종이 존재할 때 유행병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종 자체의 생존에도 이로운 것이 된다.
둘째, 옥수수, 그리고 병원균과 기생식물 스트라이가의 공생이다. 선진국 학자들이 하나같이 병원균이나 기생식물의 완전한 퇴치를 목적으로 할 때 김 교수는 그 병이나 기생식물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여 옥수수와 병원균, 옥수수와 기생식물의 공생을 모색하였다. 완전히 멸종시키려 하면 멸종 위기에 몰린 병원균이나 기생식물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강하게 공격해 오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하고 깨친 방법이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악마의 풀로 불리던 스트라이가를 퇴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옥수수 뿌리에 기생하는 이것에 감염되면 옥수수는 누렇게 말라죽는다. 다른 학자들이 이 풀을 100% 제거하려다 실패할 때 김 교수는 95%만 제거하고 옥수수와 스트라이가가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길을 터주었다. 이 과정에서 오바슈퍼옥수수 1, 2호를 찾아냈는데 그 지난(至難)한 과정은 그가 중서부 아프리카 벌판에 쓴 한 편의 서사시이다.
끝으로, 김 교수는 국경, 인종 및 이념의 벽을 허물고 공생을 모색하였다.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오로지 인류공영에만 이바지 해왔다. 이달 말이면 그의 옥수수 인생 57년이 완성되지만 끝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육종학자 자리에 오른 그는 가을부터 러시아 연해주로 진출할 꿈에 부풀어 있다.
상생을 넘는 공생을 우리 모두가 추구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평화롭고 풍요로워질까? 그곳에서는 지역과 이념으로 나뉘어 싸우지 않고, 계층과 세대 간의 싸움도 없으며,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극좌와 극우까지 품고 공생으로 가는 세상, 그것을 위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국민주권정부가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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