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모님 성화로 집에서 거리가 꽤 먼 하나로마트로 차를 몰고 갔다가 헛걸음을 했다. 이것저것 생필품들을 카트에 담았는데, 계산대 앞에 가서야 하나로마트에선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쓸 수 없다는 게 생각났다. 평소 잘 가던 식자재마트도 소비쿠폰을 쓸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받은 '공짜 카드'로 기대에 찬 부모님 얼굴에 낭패감이 일었다. 하는 수 없이 동네로 돌아와 전통시장 인근 슈퍼에서 휴지, 쌀 같은 생필품을 잔뜩 구매했다. 그러고 보니 가게, 점포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이라고 써 붙여 놓은 곳이 많았다. 손 글씨로 '지원금 사용 가능'이라고 크게 써 붙인 곳도 있었다. 골목 상권은 '소비쿠폰 대목'이 한창이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신청 시작 18일 만인 지난 8일 신청률 95.2%를 기록했다. 소비쿠폰 지급 대상 5천60만7천여 명 중에 4천817만8천19명이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총 8조7천232억원에 달한다. 지역별 신청률은 인천(95.95%), 대구(96.17%), 울산(96.10%) 등이 높았고, 서울은 94.47%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소비쿠폰은 앞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재난지원금보다 지급 설계가 복잡한데도 빠른 지급 속도를 보였다. 행안부는 국비 4조1천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다음 달 말부터 2차 소비쿠폰 지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비쿠폰 지급을 두고 포퓰리즘이니 매표(買票) 정책이니 말들이 많았지만, 민심은 이익 앞에 솔직했다. 애초 민심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심이라는 게 매번 '과자로 아이 어르듯'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민심을 만만히 본 권력은 오만에 빠지고 역풍을 맞는 모습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봐 왔다.
출범 두 달이 지난 이재명 정부가 60% 넘는 지지율을 받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민심보다는 내 편 챙기기에만 신경 쓰는 모습 때문이다.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 장관직에서 낙마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 의원의 갑질 의혹 폭로가 이어지면서 민심은 공분(公憤)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강행 임명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론 악화에 강 의원은 결국 자진 사퇴했지만, 민주당은 그가 영어를 잘한다며 당 국제위원장에 유임(留任)시켰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원·하청 간 갈등이 심화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법안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여당은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ECCK는 한국에 진출한 유럽계 기업 400여 곳이 가입한 단체다.
올해 광복절 특사(特赦)도 논란이다. 자녀 입시 비리로 복역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조 전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 준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해 유죄가 확정된 윤미향 전 의원이 사면 대상에 포함돼서다.
하긴 여당 대표부터 제1 야당을 향해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비하하는 판국이니, 협치를 바라는 민심보다는 강경 모드에 박수 치는 자신들 편만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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