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 떨어진 곳에 또 숲속 놀이터가? 서구 와룡산 산림휴양단지 부실 계획 또 논란

입력 2025-08-06 16:56:00

차로 10여분 떨어진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과 똑 닮아
인근 시설 검토 안 했나… 주민 대상 기본계획 설명회서 언급 없어
서구청 "완공 후 차별화 추진" 해명

서구청이 지난 2022년 11월 와룡산 산림휴양단지 조성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한 기본계획표. 서구청 제공
서구청이 지난 2022년 11월 와룡산 산림휴양단지 조성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한 기본계획표. 서구청 제공

대구 서구청이 조성하고 있는 와룡산 산림휴양단지가 불과 3km 떨어진 같은 산의 달서구 시설과 지나치게 중복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기본계획수립 과정에서 다른 지역 자료를 베낀 사실(매일신문 2024년 9월 3일)이 확인된 데 이어 재차 비판이 제기되면서 서구청의 졸속 추진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서구청은 구청장 공약사업으로 지난 2022년부터 와룡산 일대에 산림휴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내년 개장 예정으로 1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곳에는 출렁다리와 숲속 놀이터, 숲 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문제는 산림휴양단지에 들어서는 시설이 직선거리로 약 3km 거리에 달서구청이 와룡산 선원공원에 조성한 시설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숲속 놀이터와 출렁다리가 이미 달서구 시설에 들어선 데다 숲 체험장도 달서구의 모험시설과 사실상 같은 시설이다.

서구청이 인근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2022년 11월 주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계획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대상지 분석은 서구 관할 내 주요 봉우리 위치나 숲길 현황을 살펴보는 데 그쳤다. 대전과 횡성 등 타 시도의 휴양림 사례를 제시했으나 정작 와룡산에 이미 지어진 시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구 일부 주민들은 해당 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구 평리동 주민 A씨는 "와룡산 산림휴양단지가 들어서는 곳은 고속도로와 인접한 산골짜기여서 서구 주거단지와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주택과 인접한 달서구 쪽 시설에 가는 게 편하다"며 "다른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시설을 지을 돈으로 새로운 주민 편익 사업을 개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산림휴양단지 사업의 기본계획이 허술하다는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타 지자체 과업지시서를 그대로 베껴 검수 없이 기본계획수립 용역업체에 건넸고, 업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등 비과학적 속설을 담아 논란이 됐다.

이주한 서구의회 의원은 "기본 계획의 허점을 분명히 인지했음에도, 서구청은 사업을 재검토하지 않았다"며 "새롭게 기본 계획 용역을 실시하고, 그 계획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재차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청은 지역 내 주민 휴식공간이 지나치게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 추진이 불가피했다며 기본 공사를 끝낸 뒤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다른 구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설이지만, 서구에는 휴양시설이 없어 사업 추진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며 "유아숲 체험원 지정, 황토길 마련 등 주민 수요에 따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