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서 놀던 딸, 1분만에 참변"…12살 아이 덮친 80대 운전자, 사과도 없다

입력 2025-08-05 16:52:09 수정 2025-08-05 17:24:48

경기 양평군에서 윤주은(12) 양이 외할머니 집 앞마당으로 돌진한 80대 여성의 벤츠 차량에 깔려 결국 사망했다. /TV조선
경기 양평군에서 윤주은(12) 양이 외할머니 집 앞마당으로 돌진한 80대 여성의 벤츠 차량에 깔려 결국 사망했다. /TV조선

한적한 시골 마을의 평온을 깨뜨린 벤츠 차량 한 대가 외갓집에서 휴가를 보내던 열두 살 소녀의 삶을 앗아갔다. 경기 양평군에서 윤주은(12) 양이 외할머니 집 앞마당으로 돌진한 80대 여성의 벤츠 차량에 깔려 결국 사망했다.

경기 양평경찰서 등에 따르면 양평 용문면의 한 단독 주택 마당에서 지난달 27일 발생한 교통사고로 주은 양이 숨졌다. 사고는 이날 오후 6시 40분쯤 80대 여성이 운전하던 벤츠 승용차가 갑자기 집 담장을 넘어 마당 안으로 돌진하면서 발생했다.

주은 양은 외할머니 집인 주택 앞마당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보드게임과 간식을 챙기며 놀고 있었다. 텐트에 들어간 지 1분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할머니 집에는 주은 양의 동생, 사촌 등이 함께 방문한 상태였다. 다른 아이들은 사고 당시 집 안에 있어서 참변을 피할 수 있었다. 주은 양의 여동생인 둘째 딸이 이 사고를 목격했고, 주은 양의 부친 A씨는 사고 소식을 둘째 딸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주은 양의 부친 A씨는 4일 JTBC '사건반장'과의 인터뷰에서 "(주은이의 동생과 사촌 등) 다른 애들은 집 안에 있었고 주은이만 바깥에 나와 있었다. 텐트 안에서 놀던 사이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A씨는 "주은이가 철문에 깔렸다고 하더라"며 "주은이를 꺼내려면 철문을 잘라야 한다고 해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알게 됐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근 마을에 사는 차량 운전자인 80대 여성 B씨는 마을 내 이면도로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던 중 운전대를 잘못 조작해 정면에 있던 주택으로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 미숙으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는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은 주택의 철제문을 들이받고 마당 깊숙이까지 돌진했다. 철문이 텐트를 덮치며 안에 있던 주은 양이 깔려 중상을 입었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끝내 숨을 거뒀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윤주은 양. /JTBC 사건반장
불의의 사고로 숨진 윤주은 양. /JTBC 사건반장

A씨는 사고 전 상황을 떠올리며 "딸이 마당 구석에 텐트를 치자고 했지만, 내가 넓은 중앙에 설치하자고 해서 그 자리에 텐트를 세웠다"며 자책했다. A씨는 "더운 날씨에 땀 흘려서 같이 텐트를 만들었다. 저에겐 고마운 하루였다. 그 사건이 있기 전 까지"라며 "딸은 보드게임과 컵라면을 텐트 안으로 들여놓으며 총총거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고 했다.

사고 이후 유족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다. A씨는 "아이 방에는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딸이 주문해 놓은 문제집이 도착했는데, 아내와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가족은 주은 양의 마지막 모습조차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그는 "입관할 때도 딸 얼굴을 차마 보지 못했다. 아직도 꿈속에서는 딸이 곁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자인 B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유족에게 별다른 연락이나 사과의 뜻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운전자의 진술과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차량 조작 미숙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103만7천516건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17만418건으로, 전체의 16.42%를 차지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3천678명으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전체 사망자 수(1만4천632명) 중 약 25%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