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고비 넘겼지만…'더 센 놈' 온다

입력 2025-08-04 16:42:49 수정 2025-08-04 17:19:11

철강·반도체 이어 외교·안보·디지털 압박…8월 정상회담이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미국과 상호관세율 15%를 이끌어내며 급한 불은 껐지만 또 다른 중대 고비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둘러싼 추가 관세 논의가 예고된 데다, 철강에 대한 50% 고율 관세가 유지될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제조업의 핵심 소재인 '철강'이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철강 업계는 "국내산 저품질 제품도 50%의 관세를 받으면 미국에서 생산된 고품질 제품보다 가격이 높아져 경쟁력이 없어진다"며 "국내 철강기업의 수출길이 막히면 수익 감소와 고용 축소는 물론, 제조업 전체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의약품 등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은 현재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 재조정 및 비관세 장벽 해제를 요구하는 한편, 첨단 기술과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품목별 관세 부과가 남아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세부 조건 등이 반영된 미국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8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주한미군 재배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전략자산 전개 주기 등 안보 이슈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서 "한미 두 정상은 무역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새 분담금 협정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디지털 개방,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민감한 후속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미 간 '투자 3천500억 달러' 합의의 실체도 향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통상·외교·안보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모호한 입장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