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죄짓지 말아야죠"... 李대통령, 긴박했던 관세협상 끝 꺼낸 말

입력 2025-07-31 21:25:37 수정 2025-07-31 22:49:54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해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불, 산사태 대책 논의를 하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불, 산사태 대책 논의를 하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새벽까지 이어졌던 한미 관세 협상의 마지막 순간을 돌아보며 이재명 대통령의 고심이 담긴 발언을 공개했다.

강 실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대통령의 고심과 결단, 한마음으로 매달렸던 전 부처와 대통령실의 실무자들의 노력과 팀워크, 모든 것들에 감사한 날"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 밑으로 피말리는 심정을 숨겼던 지난 며칠이었다"며 "한쪽에서는 계산에 계산이 거듭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는 없을까. 피치 못할 상처를 최대한 줄이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자주 답답해했다. 평소에 막힘없던 그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고,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며 "협상이 어떤 국민에게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돌아가진 않을까 하는 염려와 모든 답답한 순간에도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대통령의 고심이 읽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3실장 회의를 마친 뒤 대통령께서 '제 방에 갑시다'라고 하셨다"며 "둘이 앉아 한동안 말이 없던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강 실장이 언급한 '3실장 회의'는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이 함께하는 핵심 실무 논의 자리다.

강 실장은 "오늘 대통령님에게서 '점심하러 가시죠'라던 말씀을 들었을 때 비로소 뭔가 한단락이 지어졌다는 게 실감났다"고 했다. 그는 "내장국 한 그릇으로 회포를 풀고, 시민들을 만나 웃음을 나눴다"며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찍어주는 사람도 서로 눈으로 고생 많았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실에서 가진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특강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공개적인 메시지를 자제한 것을 두고 "(제가)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했던 것"이라며 "제가 이빨이 흔들려서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 인줄 알더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오리도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서 얼마나 생난리인가"라며 "가까이에 있는 참모들은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좁게 보면 기업들의 해외 시장에 관한 얘기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들 부담일 수도 있고 그 결정 하나하나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 대한민국이 흥망의 갈림길에 서 있지 않나 생각할 때가 있다. 계속 플러스 성장 발전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아예 퇴행의 길을 갈 것인지 분기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한미 무역 협정 타결을 위해 애쓴 우리 장관님들, 총리님, 일선 부서 여러분 고생 많이 했다"며 "노심초사하고 정말 어려운 환경이다. 저도 이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