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판단도 쟁의 대상? 하청 근로자 책임까지…노조법 개정에 기업들 '패닉

입력 2025-07-30 16:19:00 수정 2025-07-30 20:49:59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되자 강한 유감을 표현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개정안이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넘어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상 판단을 근거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경영진의 신속한 판단이 중요한 시점에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구조조정·사업재편이 노조 파업의 사유가 된다면, 글로벌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청 노조의 파업이 원청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어 다단계 협업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는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과 관세 협상의 핵심인 자동차, 조선 등의 업종이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개정안 처리를 재고해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주요 업종별 단체들은 30일 오전 경총회관에서 노조법 개정 중지 촉구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며 "도급이라는 민법상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을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우리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동시에 현재 관세 협상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자동차, 조선, 건설 업종이 노란봉투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자동차와 조선 등은 제조 및 건조과정에서 수백개의 협력업체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암참은 "이번 개정안은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한편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경영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한국에 진출한 미국계 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 전반에 법적·운영상의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유연한 노동 환경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즈니스 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 요소"라며 "이번 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될 경우 향후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