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 믿었는데"…삼전닉스 ELS에 번지는 원금손실 공포

입력 2026-07-30 1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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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368개·하이닉스 352개 ELS 기준가 하회…낙인 상품도 속출
국내 반도체주 급락에 투자자 '비상'…143억원 손실 경고등
시장선 펀더멘털보다 심리 위축 평가…"과도한 조정, V자 반등 가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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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주 급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랠리 정점에서 발행된 상품들의 상당수가 최초 기준가를 밑돈 데 이어 일부는 낙인(knock-in) 베리어까지 터치하면서 원금손실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조정을 과도한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반도체 중심 장세가 정점을 향하던 지난 5월 1일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사모 제외)는 557개로 집계됐다. 총발행 금액은 1조2760억원이다.

이들 가운데, 기초자산 현재가(29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20만8500원·SK하이닉스 410만1000원)가 최초 기준가를 밑도는 종목은 삼성전자 368개, SK하이닉스 352개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ELS의 발행 규모는 9121억3933만원이었으며 SK하이닉스는 8874억6511만원이다.

특히 낙인 베리어 구간에 진입한 종목도 23개나 된다. 전체 종목 대비 4.13%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143억5020만원에 달하는 원금손실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낙인 베리어를 터치한 종목 중 공모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BNK투자증권(ELS) 제149호'로 발행 금액은 44억원이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의 기준가를 35만4000원으로 발행됐으며 낙인 베리어는 85%인 30만900원으로 설정됐다.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가운데, 가장 높은 기준가로 설정된 상품은 NH투자증권의 'N2319(공모/ELS)'로 지난달 18일 기록한 최고가인 36만2500원이 적용됐다.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에서는 메리츠증권의 '메리츠증권Super452(ELS)'가 지난 6월 22일 최고가인 291만9000원을 기준가로 발행됐다. 이들 종목의 하한 베리어는 각각 40%, 30%로 아직 낙인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ELS는 발행 이후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만약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연장된다. 최종 만기 전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정해진 수준 아래로 주가가 하락하면 가격 하락률만큼 ELS 전체 원금에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주들은 지난 2분기부터 AI(인공지능)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고공행진 했지만, 최근 피크아웃(정점론) 우려, 중국발(發) 메모리 쇼크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실제 지난 5월 1일 이후 반도체 관련 지수는 대부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KRX 반도체' 지수는 20.35% 하락했으며 'KRX 반도체 Top 15' 지수도 18.24% 내렸다. 'KRX AI 반도체' 지수는 19.20% 하락했고 'KRX K-AI 반도체 TOP2+' 지수만 7.02%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주요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점 대비 44.33%, 53.10%씩 하락했고 ▲DB하이텍(67.51%) ▲한미반도체(60.66%) ▲주성엔지니어링(58.98%) ▲원익IPS(55.70%) ▲리노공업(54.88%) 등의 주가도 52주 최고가 대비 반토막났다.

다만, ELS는 특정 기초자산이 낙인 구간에 돌입했다고 무조건 손실이 발생하진 않는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환 전까지 배리어를 충족하면 투자 원금이 보장된다.

증권가에서도 최근 반도체주 급락이 펀더멘털 훼손보다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과도한 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과 AI 투자 둔화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지만, 실제 수요와 공급 여건을 감안하면 우려가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고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도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조정을 '극단적 과매도' 국면으로 진단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아직 산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빅테크들의 투자 확대가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역시 실제 경쟁력 검증과 고객 인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메모리 업황은 오는 2027년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최근 주가 급락으로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매력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우려는 실제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가 앞서 반영된 측면이 크다"며 "현재 밸류에이션과 향후 공급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고 극단적 조정의 끝자락을 통과하며 V자 반등도 가시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종이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시장을 주도했던 AI 투자 스토리가 점차 현실적인 수익성 검증 단계에 접어든 데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와 장비 국산화가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메모리 업종이 그동안 AI 기대감만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받아왔던 만큼 향후에는 실적과 투자 성과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LS증권은 메모리 업종이 AI 시장의 절대적인 주도주 지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AI 투자 사이클 자체는 이어지겠지만 메모리 업종이 누렸던 병목(쇼티지) 프리미엄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주가 흐름은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지속 여부와 AI 서비스의 수익성, 중국발 공급 확대 영향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의 우려는 다소 과도하지만, 잠재 리스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수출단가 하락이나 중국과의 경쟁 심화가 현실화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