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약화되는데…반(反)기업 입법은 강화

입력 2025-07-30 16:39:21 수정 2025-07-30 20:40:59

국가경쟁력 20→27위, 기업 효율성 23→44위…산업 경쟁력 밀려나는 한국
일관성 없는 규제·법률이 원인…변화하는 경영 환경 대응 부족
국회 노란봉투법 처리 임박에 외국계 기업 한국 시장 철수說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3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중지를 촉구하는 업종별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3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중지를 촉구하는 업종별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나 기업을 옥죄는 제도는 더 강화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대상 69개국 가운데 27위로 지난해(20위)보다 7계단 하락했다. 이는 한국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97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특히 기업 경쟁력 및 위기 대응 등을 평가하는 '기업 효율성'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당초 한국은 이 분야에서 지난해 23위까지 올랐지만 올해 다시 44위로 내려앉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의 기회·위협 대응(17위→52위)과 기업의 민첩성(9→46위) 순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다른 대기업 경쟁력(41→57위), 디지털 기술 사용(11→26위) 순위도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 기업들이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산업 분야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시급한 과제로 일관성 없는 규제 및 법률이 산업 발전 둔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주한독일상공회의소(KGCCI) 등 총 11개 유럽지역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연례 '2024·25 한국 비즈니스 환경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진출한 유럽 기업의 한국 시장 만족도가 50% 미만으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중요도 역시 30%대로 급락했다. 이에 대해 KGCCI 측은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규제의 일관성 없는 집행이 문제로 지적된다"고 짚었다.

문제는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법 개정안 통과에 이어 추가로 강화된 입법에 대한 논의 진행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 데다 노란봉투법 처리가 임박하면서 불안감이 더 가중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 축소, 철수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ECCK는 입장문을 통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다수의 형사처벌 조항을 고려하면, 모호하고 확대된 사용자 정의는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투기업들은 노동 관련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하다"며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