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보이는 의정갈등…1년 5개월간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입력 2025-07-30 06:30:00

대화로 이끌어낸 '의대생 복귀 선언'…특혜 논란은 극복 필요
'의사의 악마화' 사회에 큰 부작용 가능성…의료계 반성도 있어야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이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이 국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 발표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이선위 비대위원장, 박주민 국회보건복지위원장,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연합뉴스

끝없이 골만 파지는 듯했던 의정갈등이 이달 들어 해결의 한 줄기 빛을 보이고 있다. 의대생들이 수업 복귀를 선언하면서 해결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 의정갈등은 해결의 기쁨만큼 사회에 여러 숙제 또한 남기고 있다.

◆ 새 정부 들어 논의 급물살

의정갈등은 새 정부에게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지난 3일 있었던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의정갈등을 두고 "여러 국가적 현안 중 제일 자신없었던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결 방식으로 '솔직한 토론'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솔직한 토론' 전략은 어느정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의대생 복귀 선언 이후인 15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대생 복귀 선언이 나오기까지 의료계, 학계, 의대생 등 의정갈등과 관련한 주요 이해당사자들과 약 50차례의 만남과 대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내에서도 강경파의 목소리보다 대화의 필요성을 말하는 쪽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풀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와 정부와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한성존 현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서부터다. 이후 해결을 위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 25일 처음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만나 전공의 수련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수련협의체'의 첫 회의가 열리는 결과까지 낳았다.

◆ '특혜 논란'에 대한 정부·의료계 입장은?

길었던 의정갈등에도 불구하고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 과정에 대해 "특혜 아니냐"는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전자 청원에 올라온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에는 이날 오전까지 6만4천여명이 동의했다. 이들은 교육부와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이 제시한 의대생 복귀 방안은 타 단과대 학생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혜며, 국민들에게 준 상처에 대한 사과 없이 복귀할 조건부터 말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두고 '의사 배출 절벽을 두고보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시 추가 시행 등이 특혜로 비칠 수 있지만 (전공의) 수련 체계 등 국가의 의료인력 양성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에 의대생들 또한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부회장은 지난 13일 '전국 의사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의대생들은 잘못된 정책에 맞서서 대한민국 의료가 후퇴한다는 생각에 저항한 것이기에 의대생들은 피해자"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 의료계와 시민 사이에 남은 감정의 골은?

설령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해서 의정갈등 이전처럼 의료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1년 5개월간 지속된 의정갈등 기간 동안 의료계와 시민 사이에 남은 감정의 응어리는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7일 의협 'KMA POLICY 2025 상반기 워크숍'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의사를 악마로 기억하면 나중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의정갈등 기간동안 벌어진 '의사의 악마화'를 경계했다. 해결책으로 이 교수는 "어떻게든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과 품격을 갖춰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정갈등의 한 주체로서 의료계가 국민들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는다. 한 의대 교수는 "학생들이 1년 5개월동안 수업을 거부하면서 자신들을 바라보던 국민들의 근심과 걱정을 꼭 기억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학업을 더 열심히 해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말과 함께 국민들에게 머리숙이는 과정이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