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총 영천지회 "일제 강점기 민족 애환·정서 대변, 유공 추서 받기에 손색 없다"
영천시 "왕평기념공원 조성, 왕평대중문화관 건립 등 여러 사업 방안 검토"
경북 영천시와 문화예술단체가 왕평(본명 이응호) 선생에 대한 문화훈장 유공 추서에 나섰다.
왕평 선생은 영천 출신으로 '황성옛터(원명·황성의 적)' 작사 등을 통해 일제 강점기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대변한 대중문화운동가다.
27일 지역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영천시와 한국예술인총연합회 영천지회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고한 '2025년 문화예술발전 유공 후보자'로 왕평 선생을 추천했다. 2022년부터 유공 추서를 계속 추진해 왔으나 번번히 탈락하며 이번이 4번째다.
한국예총 영천지회는 "왕평 선생은 일제 강점기 대중문화운동의 선구적 위치에서 맡겨진 역할과 소임을 열정적으로 실천했던 예술가"라며 "근대 문화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삶과 예술 활동은 유공 추서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왕평 선생은 1908년 영천시 성내동에서 태어나 1940년 평안북도 강계에서 무대공연 도중 3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작사, 연극, 만담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며 19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왕평 선생이 1928년 발표한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란 작사곡 황성옛터는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큰 위안과 저항정신을 심어 준 대중가요의 백미로 꼽힌다.
1932년 레코드로 정식 발매돼 5만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금지곡으로 지정할 만큼 반향이 컸다.
영천시와 한국예총 영천지회는 왕평 선생의 이같은 업적을 기려 1996년부터 시작해 현재는 국내 3대 민간 가요제로 평가받는 '왕평가요제' 매년 열고 있다. 또 영천문화원 옆 조양공원에는 황성옛터 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 대중문화사를 통틀어 왕평 선생 만큼 자기 시대를 위해 혼신의 노력과 열정을 쏟은 인물은 흔하지 않다"며 "문화인물 선정은 당연한 상식이다"고 말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왕평 선생의) 문화훈장 유공 추서와 함께 왕평기념공원 조성, 왕평대중문화관 건립 등 여러 사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