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부엌에서"…계명대, 페데리치 저서 국내 번역

입력 2025-07-18 19:32:17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임금의 가부장제' 번역 출간
실비아 페데리치 주요 논문 7편 수록…'재생산 노동' 관점 비판 제시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번역총서 제3권…팬데믹 시대의 돌봄 위기 성찰

계명대 여성학연구소는 실비아 페데리치 저서
계명대 여성학연구소는 실비아 페데리치 저서 '임금의 가부장제'를 번역 출간했다. 책의 표지. 계명대 제공

계명대가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학자의 저서를 번역해 출간했다.

계명대학교(총장 신일희) 여성학연구소는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학자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의 저서 'Patriarchy of the Wage: Notes on Marx, Gender, and Feminism'(2021)을 한국어로 번역한 '임금의 가부장제'를 출간했다.

이번 번역은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연구 주제는 '전환의 시대, 지역, 여성 그리고 삶의 생산'이다. '임금의 가부장제'는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번역총서 제3권이다.

이 책은 197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발표된 실비아 페데리치의 주요 논문 7편을 엮은 것으로, 여성, 가족, 성(섹슈얼리티)에 대한 자본주의 국가의 통제 메커니즘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분석한다. 특히 1970년대 '가사 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캠페인을 중심으로, 생산과 재생산의 이분법이 젠더 위계와 착취를 어떻게 정당화했는지를 고찰한다.

페데리치는 마르크스주의가 간과한 재생산 노동의 가치를 제기하며, "혁명은 공장이 아닌 부엌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이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 생활, 생명을 돌보는 활동보다 상품 생산과 이윤 추구를 우선시해온 구조를 비판하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이번 번역을 맡은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여성학연구소장)는 "이 책은 단지 이론서를 넘어, 삶과 돌봄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를 다시 상상하자는 제안"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동안 가려져 왔던 재생산 노동의 중요성을 드러냄으로써,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돌봄 위기와 불평등의 해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는 이번 번역서가 팬데믹, 기후 위기, 돌봄 위기 등 다중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 시의적절한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저출생, 초고령화, 수도권 집중, 외국인 여성 돌봄노동자 의존 등의 현실은 돌봄과 재생산을 사회 중심 가치로 다시 자리매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번 출간의 의미는 깊다.

앞서 발간된 제1권 '마을과 세계: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삶과 시대', 제2권 '자본주의와 페미니즘: 두 페미니스트의 서로 다른 시선'과 함께 자본주의적 성장주의의 한계를 젠더 관점에서 성찰하고 좋은 삶의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