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김혜령] 좋아요 173개보다 박수 3초

입력 2025-07-20 08:46:21 수정 2025-07-20 11:05:58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SNS에는 늘 잘 웃는 얼굴만 올린다. 머리도 못 감고 연습하는 나, 전쟁터처럼 뒤엉킨 거실, 김치국물 튄 흰 티셔츠, 생각처럼 안 풀려서 울고 싶은 작업의 한순간은 차마 올리지 못한다. 보여주고 싶은 건 언제나 '멋지고 괜찮은 나'다.

'좋아요'가 173개쯤 눌리면 그 순간은 기분 좋지만, 곧 묘한 허무함이 밀려온다. 나를 향한 게 아니라, 이미지에 대한 반응임을 알기 때문이다.

SNS를 지워본 적도 있다. 앱을 끄고, 계정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키고 싶어서.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모두가 거기에 있고, 나만 뒤처질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가에게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하니까.

연결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보여주는 일에 지치면서도, 또다시 무언가를 올리는 나를 보게 된다. 공연 홍보도 해야 하니까. 결국 다시 설치하게 된다. 인스타그램, 결국 네가 이겼다.

다른 친구들이 나오는 음악회 포스터를 스치듯 보면, 축하하는 마음보다 먼저 "아… 난 왜 저기 없지?"라는 생각이 튀어나온다. 그럴 땐 괜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래,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냈으면 됐지 뭐" 하고 혼자 위로해본다.

자존감이 바닥인 날엔 SNS 속 모든 장면이 나만 빼고 돌아가는 세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힘이 되는 건 '좋아요'보다 훨씬 진심 담긴 응원이다. 내가 온 마음을 쏟아 연주한 뒤, 관객이 두 손으로 보내주는 박수. 그건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나는 네 연주 듣고 진짜 울컥했어." "음악회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내가 실수 없이 잘해서가 아니라, 내 집중과 긴장, 진심을 지켜봐준 이들이 손바닥으로 보내주는 따뜻한 대답. 그 박수 3초는 숫자로는 남지 않지만, 가슴에는 오래 남는다.

무대를 내려오며 생각한다. '좋아요'는 다음 게시물을 부르지만, 박수는 다음 날을 견디게 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좋아요'를 기다리며 살지만, 정말 필요한 건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박수 쳐주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게 관객일 수도, 친구나 가족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부은 얼굴로 거울 앞에 선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참, 위로가 필요할 땐 나는 우리 아이에게 부탁한다. "엄마한테 말해줘.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라고." 그 한마디에 눈물이 날 만큼 안심이 되곤 한다.

우리는 모두 박수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단 한 명에게라도 마음을 다해 내어준 박수. 그리고 그 박수를 기억해주는 순간. 어쩌면, 그게 우리가 하루를 버티게 하는 진짜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