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기술인력 평균 51.4세…"젊은 기술자 없나요"

입력 2025-07-15 14:13:41 수정 2025-07-15 18:29:19

고령화에 구조적 위기 돌입…산업 생존 위한 미래 전략 절실

연도별 건설기술인 연령별 현황.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제공.
연도별 건설기술인 연령별 현황.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제공.

국내 건설 업계에 청년층 유입이 줄고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미래 인재 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산업 전반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요 인력인 건설기술인 수급이 건설 시장 동향에 따라 '부족'과 '과잉'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양상을 겪어 왔다. 최근에는 청년 인구들이 임금 수준이 낮고 고된 건설업 종사를 꺼리는 현상이 산업 전반에 퍼지고 있다.

◆떠나가는 청년 고령화되는 건설 업계

15일 성유경, 박희대,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간한 '건설현장 기술인력 변화 동향과 확보 방안'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건설업 고용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가 장기화한 데다, 2025년 들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청년층의 건설 현장 취업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더 심화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지난 20년간 상승하고 있다. 2004년 37.5세였던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2024년 6월 기준 51.4세로 13.9세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동안 청년층(20~30대) 기술 인력 비중은 64.0%에서 15.7%로 급감했다. 이에 반해 60대 이상 건설기술인은 3.5%에서 28.1%로 급증했다.

성 연구위원은 "건설 기능인력의 경우, 직업 불안정성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청년인력 부족 현상이 오래전부터 심화돼 왔다"며 "최근에는 건설현장 기술인력뿐 아니라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청년 부족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건설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의 낮은 보상 수준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청년 부족과 고령화의 파급 영향은 다른 산업보다 건설산업에서 클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건설 기술인력은 일시적 부족이 아닌, 장기 부족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인력 부족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종합건설기업의 87%가 '기술인력 부족이 구조적 문제'라고 응답했다. 아울러 근무 여건 부족, 직무 비전 결여, 과도한 업무량 등도 청년층 이탈을 가속하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5년간 언론을 통해 나타난 청년인력 관련 주요 키워드도 '정책지원', '처우', '개선' 등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됐다. 특히 이 키워드들은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건설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 청년층 유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원 측 분석이다.

◆자체 역량 키워 인재 확보 나서야

이에 보고서는 건설산업계가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인재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요 전략으로는 ▷여성·고령층 등 다양한 인재 유입 확대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환경 조성 ▷직무 역량과 성장경로 체계화 ▷건설문화 전면 개선 ▷산학·민관 협력 기반 조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국내 건설 업계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눈여겨볼 만한 해외 선진국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 건설산업계는 인력 문제 대응을 위해 임금 및 근로여건 개선, 교육지원 확대, 디지털 역량 확보, 다양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영국은 'Industry Skills Plan'을 통해 명확한 역할분담과 실행 체계를 갖춘 협력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 건설산업계는 건설문화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 중이다. 이를 통해 이직률을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며,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싶어하는 건설산업을 만들 것이란 기대가 높다. 나아가 호주는 공학기술인의 육성, 유입, 직업 유지 등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지원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성 연구위원은 "건설현장 기술인력은 단순 인력이 아니라, 현장 리스크를 관리하고 공정을 책임지는 핵심 전문가"라며 "이들에 대한 투자는 곧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