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삶 담긴 바위그림…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눈앞

입력 2025-07-12 12:21:48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오늘 논의…'등재 권고' 판단 받아 확실시
한국 17번째 세계유산 될 듯…北 금강산 등재 여부도 결정 앞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울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중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지난 3일 모습. 등재 여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6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연합뉴스

선사시대 삶과 문화를 품은 울산 반구천의 두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의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결과는 최종 심사를 거쳐 이날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산으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돼 있다.

대곡리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71년 12월 발견된 이 암각화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와 함께 있는 고래 등 다양한 고래 모습과 사냥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대곡리 암각화보다 1년 먼저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바위 면을 따라 동물은 물론, 마름모와 동심원 등 기하학적 문양과 수많은 명문(銘文)이 남아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

두 암각화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를 권고했던 만큼 사실상 등재는 확실시된다.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당시 이코모스 측은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등재가 확정되면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17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2023년 가야고분군까지 현재 총 16건(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의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선사 미술 전문가인 전호태 울산대 명예교수는 "다른 암각화 유산과 비교하면 반구천 암각화는 한 장의 캔버스에 작업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그동안 국제 선사미술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공인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민족의 명산으로 꼽히는 금강산도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북한 측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에 대해서도 권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금강산은 반구천 암각화보다 늦게 등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면 북한의 3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 등 세계유산 2건과 인류무형문화유산 5건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