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공공기관 2차이전 대비를] 〈중〉李정부 부처·기관 이전 속도전

입력 2025-07-10 15:49:20 수정 2025-07-10 20:47:46

해수부 연내 부산 이전 추진…대통령실 세종 이전 공약도 탄력
李대통령 "연내 마무리" 지시…추진기획단 확대·개편 조치
내년 地選 전 성과 내려는 듯
대통령실·국회 세종시 이전…20년 미완 정책 마무리 의지
'5극 3특' 지방균형발전 기대

해양수산부 현판. 해수부 제공
해양수산부 현판. 해수부 제공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제2차 균형발전 정책이 전면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과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 공약 등이 구체화되면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 부산 이전, 과감한 선택의 시작

해수부는 이달 1일 연내 부산으로 이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직을 확대·개편했다. 현재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본부의 부산 이전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해수부 부산 이전 준비 TF'를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기획단'으로 확대·개편한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연내 해수부 부산 이전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른 조치다.

이 대통령은 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에서 해수부와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이전에 대해 "부산은 해수부가 있기에 적정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4일에도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오는 12월 말까지 해수부의 부산 이전 완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이지만, 시한까지 정하며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건물을 짓지 말고 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전 시기를 앞당기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메시지는 '부산 해수부'를 디딤돌로 다른 공약까지 연계해 풀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또한 우선 실현 가능한 공약부터 실행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 전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2일 오전 정부세정청사에 입주한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최민호 세종시장이 2일 오전 정부세정청사에 입주한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은 옳지 않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반발도 거세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7일 대통령실에 공개서한을 보내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시장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북극항로 시대' 개척엔 외교부나 환경부와 협업이 필수적이고 부산 못지않게 세종도 상가 공실과 세수 부족으로 지역 경제가 어렵다며 대통령이 밝힌 해수부 이전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여기에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도 공동성명을 통해 "행정수도를 도외시한 결정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해수부 내부 반발도 거세다. 전국공무원노조가 국정기획위원회를 찾아 의견 수렴이나 타당성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또 다른 공무원노조인 국가공무원노조는 국회 앞에서 삭발과 단식농성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HMM 노조도 본사 이전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HMM 육상노조는 "서울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국내외 고객사와 소통이 어려워지고, 경쟁력이 저하된다"면서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 폭력을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직장과 가정 기반이 수도권에 있는 직원 사이에선 퇴사를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세종 이전, 제2 균형발전 드라이브

이재명 정부의 부처·기관 이전 정책은 대통령실 세종 이전 공약과도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단계적 집무기간 확대를 통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실질적 기능 수행을 가능하게 만들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집무실 완전 이전 및 국회 전면 이전 실현으로 행정수도 위상의 법적 정착을 추진한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공약은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하려는 구상의 일환이다. 세종은 2012년 출범 이래 행정부 일부 이전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불리며 성장해 왔지만 여전히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부재, 사법기관 미비 등으로 '반쪽 수도'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당내 경선 때부터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조성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면서 "세종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대전은 세계적 과학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대선 후보 당내 경선 토론에서도 "일단 용산 집무실을 쓰면서 청와대를 보수해 들어가고, 장기적으론 세종에 집무실을 지어 가는 게 최종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기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을 공론화하는 이유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행정수도 건설은 결국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현실적 문제 외에도 행정부 내 부처 간 협업과 교류 등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함께 담겨 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실과 국회까지 세종 이전이 추진되고, 최종적으로는 이들 기관이 모두 세종에 모여 국정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여당인 민주당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24일 강준현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50명이 '행정수도 건립을 위한 특별조치법률안'(특별법)을 발의한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 분원 형태로 추진 중인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본원 개념으로 전환해 실질적인 행정수도 기능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준현 의원은 "2003년 제정된 신행정수도법에는 국회와 대통령실이 제외돼 있었지만, 이번 특별법은 그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김천에 조성된 경북혁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 김천에 조성된 경북혁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공공기관 2차 이전, '국정과제' 밀고 나가야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노무현 정부 이후 20년간 미완으로 남았던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완성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를 통해 첫 번째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한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는 무관심·정치적 부담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고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임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 체제 구축과 관련해 "수도권 1극 체제를 영남과 충청, 호남, 대구경북, 서울 등 5극으로 확대하고, 강원 등 3곳을 특별자치도로 육성하자는 것인데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이라면서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확고하게 추진해서 지방이 더 이상 인구 소멸 또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인구가 밀집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방향을 바꿀 생각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전경. 매일신문 DB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수립하지 못한 단계"라며 "지역균형발전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건 관련 부처가 정비되면 계획을 수립해 보겠다"고 말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권 초기 국정과제로 확실히 채택하고 체계적인 이전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실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 이전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일수록 정부의 정치적 결단과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