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이종철] 국민의힘, 헌법 수호 정당의 본연을 회복해야 한다

입력 2025-07-10 12:26:32 수정 2025-07-10 18:22:43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혁신과 개혁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에도, 20% 지지율에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아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국민의힘 본래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것은 헌법과 민주주의다. 헌법 수호 정당으로서 본연을 회복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충실했던 정당으로서 불과 얼마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누가 만들었는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을 창출했던 이들이다. 즉 이승만 정권이 오늘의 헌법을 만들었다. 이 헌법은 해방 이후 분단 시기 매우 혼란하고 불안하며 우파가 매우 불리했던 상황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

이승만 세력이 만든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6·25 전쟁을 통해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이승만 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리더십을 발휘했다. 밀리고 밀려 국토의 일부에 고립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반격을 하고 다시 승기를 잡고 다시 밀리기를 반복하며 최종적으로 남한 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체제이고 그 체제의 운영 원리인 헌법이다. 이 헌법을, 연원을 따지고 보면 국민의힘, 우파가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우파는 이 헌법에 충실해야 하고 누구보다 그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 어떤 복잡하고 혼란한 상황에서도 설령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 헌법의 수호자 답게 행동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적어도 헌법 체제를 부정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이른바 우파 성향의 헌법재판관이 3명이나 있는 상황에서도 8대 0 만장일치로 결론이 났다. 헌법의 관점에서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응당 수용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4개월 간 국민의힘이 나아간 방향은 탄핵 반대였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이 잘못된 건 인정하나 그래도 탄핵은 아니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고 하지만, 이건 자신들의 생각일 뿐 국민들이 보기에는 비상계엄의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모습은 탄핵 결정이 나고 조기 대선에 들어가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래서 결국 대선에서 졌고 호된 심판을 받았다.

헌법을 만든 정당이 헌법을 부정하는 행동을 했다. 그에 대해 진실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거기에 앞장섰던 중진 등 유명 정치인은 스스로 자중자애하고 물러나야 한다. 적어도 일부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2선 후퇴를 하겠다고 해야 한다. 아니 최소한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잘못됐음을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처분은 당원과 국민에 맡기겠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이 없다.

그렇게 나서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는 잘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반 이재명'으로 뭉개고 가려는 것을 계속 하고 있다. 기득권을 깔고 앉아 안주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그런 사람들이 당을 재장악해 자기 뜻대로 당을 이끌어 보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민주당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막는 데 자신이 가진 막강한 권력을 사용했다. 민주 정치 하에서 국민이 안겨준 거대 의석을 '범죄자 방탄'에 '범죄자 대통령 만들기'에 집중했다. '범죄자도 잘만 하면 대통령이 되는 나라'를 결국 실현했다.

그것도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는 사람들,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웠다는 사람들이었다. 그 덕분에 30년 넘게 지위를 누렸고, 점점 기득권이 되어 갔고 점점 자신들이 부정부패 세력이 되어간, 일그러진 얼굴들이었다. 국민들은 보았다. 그런 그들의 추악한 면모를 일거에 덮어버리고 그들에게 얼토당토않은 정당성을 부여해준 대 반전이 일어났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 반대편에서 이들이 진정 반 민주적인 집단임을 밝혀왔다. 국민의힘을 헌법 수호 정당으로, 헌법을 만든 정당 다운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 게 급선무다. 그럴 때만이 다시 설 수 있고 다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정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과오를 겸허히 인정하는데서부터 다시, 국민을 위한 그 정의의 길로 국민의힘은 나아가야 한다. 국민들이 그것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