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경 변호사
지난 5월 13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남미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우루과이 국민은 눈물로 떠나가는 무히카 전 대통령을 애도하였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 30년 된 낡은 자동차를 운전하며 주말에는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하였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지만 '철학자', '현인'으로 불렸다.
우루과이는 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면적에 인구는 350만명이 살고 있는 남미에서는 소국으로 우리나라와는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해 있다. 남미의 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둘러싸여 있으나 남미 국가들 중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고 민주주의 수준은 우리나라나 일본보다도 높은 편이다. 대통령제 국가로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연임할 수 없으며 부패지수가 낮고 삶의 질은 높아 '남미의 스위스'로 불리는 강소국이다.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6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는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국민해방운동) 리더로 활동하였다. 이 시기 동안 4차례나 체포되었으며 6차례 총상을 입어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하였다. 1973년부터 13년 간 독방에서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는 등 열악하고 고립된 환경에서 지내다가 1985년 우루과이가 민주주의로 복귀하면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는 감옥에서 석방되던 날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었으며 대통령이 된 것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였다.그는 석방된 후 '민중참여운동'에 참여하였고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거쳐 2010년 74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좌파였으나 실용적인 정책으로 우루과이를 이끌었으며 집권기간 연평균 5.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고 빈곤율이 감소하고 실업율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재직 중 대통령 관저에서 살기를 거부하고 수도 외곽의 소박한 집에서 가사 도우미도, 보안요원도 거의 없이 살았다. 임기 말에도 약 70%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였고 국민들 사이에는 '페페'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체 게바라 이후 가장 위대한 남미 지도자'로 사랑받고 있다.
그는 훌륭한 말도 많이 남겼다. "나는 가난하지 않다. 단순하게 살 뿐이다.", "천 번을 넘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딱 한 종류의 실패자들이 있는데 이는 싸우기와 꿈꾸기와 사랑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위험하다. 그 자신 때문이 아니라 그를 에워싼 사람들 때문이다" 같은 주옥 같은 그의 어록은 우리들이 배워서 본받아야 할 점이고, 특히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 임기 내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퇴임 후에까지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무히카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임기가 끝나면 보복 수사를 받고 감옥에 가거나 자살까지 해야 했던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의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제는 우리도 더 이상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이 없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전임 대통령에 대하여 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 것이 불문률로 되어있다. 선거 기간 중에는 정파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임기가 끝난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정성스런 응원의 편지를 남기는 전통이 30년 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내란죄로 한 번 구속이 되었다가 석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특검에 의해 재구속되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내란이 이미 종식되었음에도 사상 초유의 엘리트 검사 120명이나 동원된 3대 특검으로 전임 보수정권을 궤멸시키기 위한 먼지털이식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적폐청산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이것을 자초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비상계엄을 발동한 탓이고 그를 에워싼 보수정권 사람들이 지나치게 그를 받들어 모신 탓이 크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전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 무한 되풀이되어야 하는 것인가. 국민 통합을 외치는 이재명 정부 사람들도 무히카 전 대통령의 "권력을 가진 사람은 위험하다. 그 자신 때문이 아니라 그를 에워싼 사람들 때문이다"라는 말을 항상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정권은 언젠가 또다시 교체되기 마련이고 영원한 것은 없으며 세상은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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