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도입은 필요한데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다.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와 달리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固定)하는데, 주로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등에 교환가치가 고정돼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거래 수단으로 등장해 지난달 기준 10가지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세계 시가총액만 2천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원화 기반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서 달러형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유통되면 원화 기반 결제 축소로 외환·통화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에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지니어스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는데, 발행과 담보 요건 강화 등을 주로 담고 있지만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을 정당한 금융 수단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관영 매체도 "스테이블코인 파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면서 당국의 신속 대응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요건만 충족하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회사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선제적 대응에 나선 은행권과 핀테크, 게임업계 등은 앞다퉈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고 있다. 폭등세를 보이던 일부 관련 주식들은 과열 조짐을 보여 폭락해 거래정지되는 등 혼조세(混潮勢)다. 한국은행은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권부터 발행을 허용한 뒤 비은행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은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스테이블코인 확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가치 고정자산(달러화·원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대규모 인출(引出)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기술적 오류 발생과 범죄 악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확대되면 통화·금융정책 영향력이 침해될 수도 있다. BIS도 통화 주권 약화 가능성, 신흥국 자본 유출 위험 등을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통화다. '안정된(stable)'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아직 불안정한 모습이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 이름값을 할 듯하다.
ks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백종원 갑질 비판하던 저격수의 갑질…허위 보도하고 나 몰라라
與 진성준 "집값 안 잡히면 '최후수단' 세금카드 검토"
'곳간 지기' 했던 추경호 "李대통령 배드뱅크 정책 21가지 문제점 있어"
채무탕감 대상 중 2천명이 외국인…채무액은 182억원 달해
李정부, TK 출신 4인방 요직 발탁…지역 현안 해결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