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항상 크게 엇갈려 왔다.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문제 삼는 의견과 버스는 수익 모델이 아닌 공공 서비스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올해 이 논쟁에 큰 변수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뒤집고 정기·일률·고정성 요건이 있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비교적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됐던 대구 시내버스는 올해 파업 직전 상황까지 몰렸을 정도다.
시내버스 업계는 이 판결로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수당을 비롯한 상여금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이 자동 상승하고, 법정 수당 계산 근거가 바뀌어 버스 기사들의 임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노사 양측이 시급을 9.95% 인상과 정년 연장 등에 합의하면서 파업은 면했지만 대구시와 시내버스 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재정보조금도 올해 300억원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어서다.
시내버스 업계의 만년 적자가 지속되면서 준공영제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냉담하다. 고령화에 학령인구 감소 등 수요 감소에 시내버스 노선 개편 등 내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적자 폭이 커진 탓이다. 시민들에게 준공영제는 교통 복지 제공과 환승제 도입 등 순기능보다는 '세금 먹는 하마'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버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업계에 매년 투입되는 재정지원금은 2천억원에 달한다. 2023년 2천296억원에 달했던 재정지원금은 지난해 시내버스 요금 인상 영향으로 1천800억원대로 줄었지만 올해 임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재차 2천억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시내버스 기사 임금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대구시 누적 보조금은 머잖아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민간에 맡겨야 할 부분에 관이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시내버스 요금과 기사 임금체계가 무너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반면 시내버스 업계 일각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간신히 유지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달구벌대로와 같은 대구 주요도로를 지나면서 수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던 주요 버스노선이 축소되고 교통복지에 초점을 맞춘 도시 외곽 노선에 집중 투입된 만큼 어느 정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준공영제 도입 이후 대구시가 두차례 노선 개편에 나서면서 대구 시내버스는 교통약자들에게 더 가까운 교통수단이 됐다. 대구시가 시내버스 업체 운영에 재정지원금을 투입하면서 수익성 높은 노선보다는 교통복지 차원의 노선 확충에 집중한 덕이다.
문제는 그동안 공공 서비스 차원에서 감수해 온 시내버스 업계의 적자 폭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이다. 이대로면 준공영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도 빠른 속도로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대구시가 노선 개편 과정을 통해 시내버스 업계에 교통복지 역할을 부여했다면, 적자폭 축소에도 집중해야 한다. 버스기사 서비스나 노무관리 등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정산 과정에서 업체 별로 차등을 두는 등 업계가 효율적 운영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올해로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도입 20년째를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될 나이다. 대구시 재정보조와는 별개로 시내버스 업계도 서비스질 향상 등 노력을 통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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