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성장 사다리' 1인 방산업체 도약 이끌었다

입력 2025-07-08 16:27:10 수정 2025-07-10 03:22:55

구미 알에프온, 안티드론 기술로 LIG넥스원 납품사 선정
구미시 단계별 성장 사다리로 매출 9억→50억 도약
겨울방학·4.5일 근무제로 혁신 기업문화 선도

지난달 26일 조경래 ㈜알에프온 대표가 자사의 안티드론 시스템 핵심 부품인
지난달 26일 조경래 ㈜알에프온 대표가 자사의 안티드론 시스템 핵심 부품인 '원-패키지 재밍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이 모듈의 가장 큰 특징은 드론을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6개의 핵심 주파수 대역을 단 하나의 모듈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조규덕기자

2022년 11월 단 1명으로 시작했던 작은 스타트업이 불과 2년도 채 안 돼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 LIG넥스원의 1차 협력사로 등록하고 해외 수출길까지 열었다.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스타트업의 험난한 초기 단계를 가뿐히 뛰어넘은 이 회사의 이름은 바로 ㈜알에프온(대표 조경래)이다.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드론을 무력화하는 '안티드론' 기술이 이들의 핵심 무기다.

알에프온의 놀라운 성장 뒤에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구미시의 파격적이고 체계적인 창업 지원 생태계가 있었다. 지난달 26일 취재진이 만난 조경래 대표는 "구미시의 '성장 사다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단언했다.

◆ 구미시 단계별 성장 사다리가 성공 비결

"단순히 돈만 주는 게 아닙니다.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것을 정확히 짚어주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줍니다."

조 대표의 말처럼 알에프온은 구미시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100% 활용했다. ▷초기 시제품 개발을 도운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의 '뉴커리어' 사업을 시작으로 ▷방산 분야 진출의 문을 연 경북산학융합원의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 ▷성장을 가속화한 구미시의 대표 지원 사업 '팁톱'까지 단계별 지원을 받으며 회사의 체력을 키웠다.

특히 구미시가 지자체 최초로 대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구미형 벤처창업 펀드'의 첫 번째 수혜(10억원) 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알에프온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시장에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조 대표는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구미시와 유관 기관들이 LIG넥스원, KAI 같은 대기업과 직접 연결해 주는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에 큰 도움을 줬다"며 "이것이 바로 구미시 창업 생태계의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조경래 알에프온(RFON) 대표가 지난 26일 매일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규덕기자
조경래 알에프온(RFON) 대표가 지난 26일 매일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규덕기자

◆ '살상' 아닌 '방어' 기술로 대기업 러브콜

알에프온의 주력 기술은 드론의 통신과 GPS 신호를 교란해 무력화시키는 재밍 기술이다. 이는 드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 불능 상태로 만들어 위협을 막는 '비살상 방어 시스템'이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알에프온은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LIG넥스원의 1차 협력사로 등록해 납품을 시작했으며, LS전선, 이스라엘 등 국내외 기업들과의 계약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작년 9억 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30억~5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겨울방학과 4.5일 근무제로 혁신 기업문화

알에프온의 혁신은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제도를 운영한다. 연말에 약 1주일간 전 직원이 유급으로 함께 쉬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파격적인 복지다. 여기에 매주 금요일은 2시간 일찍 퇴근하는 4.5일 근무제도 이미 시행 중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어야죠."

조 대표의 경영 철학 덕분에 알에프온은 창업 1년 6개월 만에 직원이 14명으로 늘었고, 올해 말까지 2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 타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구미로 유입되는 효과까지 낳고 있다.

구미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발판 삼아 방산 분야의 '유니콘'을 꿈꾸는 알에프온. 기술력과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무기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이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