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특검 "박정훈, 위법한 명령 받아"…항명죄 항소취하 시사, 임성근 면담 '불발'

입력 2025-06-26 18:07:00

"항명죄는 정당한 명령에만 적용…부당한 명령은 항명 아냐"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 로비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 로비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는 26일 "명령이 정당하지 않으면 항명이 될 수 없다"며 항명 혐의로 재판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소취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이 특검은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박 대령에 대한 항소가 정당하냐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원래 항명죄는 정당한 명령에 대한 항명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박 대령의 항명죄 부분은 이첩한 기록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이는 위법한 명령"이라며 "군사법원법은 (사망사고의 경우) 군이 수사하지 말고 이첩하게 돼 있는데, 법령에 의해 이첩한 기록을 사령관의 명령으로 가져오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 대령은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보류 명령에도 경찰 이첩을 강행했다가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올해 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군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 특검의 이날 발언은 박 대령에게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한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 자체가 위법적이었고,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박 대령에게 항명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특검은 박 대령에 대해 "억울하게 기소된 사건"이라며 사건 이첩 후 항소취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검팀은 오는 27일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박 대령 항소심 재판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이날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 특검은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관련 김건희특검과 중복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사를 그쪽에서 할 수도 있고, 우리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저쪽에서 한다고 우리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향후 필요시 내란특검·김건희특검 수사 진행 상황과 상관 없이 윤석열 전 대통령도 소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이 되면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특검과 특검보들은 이날부로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마련된 새 사무실로 출근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출근길에 "대부분 수사 인력에 대한 파견 요청은 다 마무리가 된 상황"이라며 "파견이 확정돼서 다 합류한 이후 수사 인력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겠다"고 말했다.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해온 대구지검, 각 군 등에서 파견검사와 수사 인력들이 특검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특검 수사 대상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이날 사전 조율 없이 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이 특검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남은 불발됐다.

임 전 단장은 "(박 대령 사건의 항소 취하 시도는) 한국군의 명령체계에 큰 영향을 줄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을 상급 법원이 판단할 기회조차 없애려고 하는 것"이라며 "피의자 중 한 명이 아니라 예비역 장성으로서 이 특검을 본격적인 수사 개시 전에 직접 뵙고 특검의 이같은 시도가 향후 한국군에 향후 얼마나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현 특검은 취재진에 "면담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 수사 개시도 안 했다"며 "나중에 오라는 건데 자기가 그냥 와서 하는 거기 때문에 우리가 면담을 거절한다는 뜻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수사가 개시된 다음에 자료를 주겠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무단으로 와서 하는 것은 절차에도 맞지 않고, 응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