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자 고발됐던 신축 아파트, 비만 오면 빗물 '줄줄'… 입주민 분통

입력 2025-06-26 15:57:40 수정 2025-06-26 16:15:33

대구 달서구 신축 아파트 지하에 누수 계속…흥건히 젖은 천장·벽
입주민 "사용승인 철회하라" 반발
시공사 "현재 보수 중", 달서구청 "신속 보수 촉구"

24일 방문한 달서구 감삼동의 한 신축 아파트 지하 3층 천장에서 물이 새는 모습. 정두나 기자.
24일 방문한 달서구 감삼동의 한 신축 아파트 지하 3층 천장에서 물이 새는 모습. 정두나 기자.

지난달 사용 승인을 받은 달서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빗물 누수가 반복되고 있어, 입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앞서 달서구청이 해당 아파트 공사 감리자를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재차 하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입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비가 내린 지난 24일 방문한 달서구 감삼동의 한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눅눅한 공기로 꽉 차 있었고, 기둥과 일부 벽이 물을 머금은 흔적이 역력했다. 지하 3층 주차장 천장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 벽을 타고 떨어졌고, 계단 곳곳에서도 얼룩이 발견됐다.

주민들은 비가 올 때마다 누수가 반복되고 있다며 불안에 떨었다.

이곳 주민 A씨는 "비가 온 이후에도 한동안 물이 새 화재감식기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일도 있는데, 이후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할 지 의문이다"며 "7살 난 아이가 지하 상태를 보더니 이사를 가고 싶지 않다며 울고 있다. 나 역시 가족들과 이곳에 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감리자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최근 달서구청에 의해 경찰에 고발된 바 있다. 지난달 달서구청은 공사 자재가 완전히 치워지지 않았고, 철골 구조물이 열에 손상되지 않도록 마감 처리하는 공정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입주민들은 그렇잖아도 시공사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엉터리 감리로 누수가 발생한 만큼, 감리자 A씨를 추가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입주민은 사용승인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입주민 B씨는 "감리자는 방수 처리가 잘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용승인을 내선 안되는 상태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달서구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공사는 누수에 대한 보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설계 오류나 중대한 하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법상 빗물이 관을 따라 정상적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일부 구간에서 빗물이 새 벽 사이로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 계속 상주하면서 누수 지점을 찾아 보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달서구청은 시공사에 빠른 대처를 촉구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주민 상황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비가 샌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에 가 누수 상황을 확인했고, 시공사에 조치사항을 보고해달라고 했다"며 "주민들의 민원이 상당한 만큼 누수가 빨리 잡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