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이재명 대통령은 꽃놀이패를 쥐고 임기를 시작했다. 우선 의석수. 전체의 과반이 넘는 167석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호위무사(護衛武士)처럼 든든히 받쳐 주고 있다. 주요 상임위원회 등 위원장만 10명이 넘고, 법안이든 예산안이든 임명동의안이든 뭐든 마음만 먹으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최강 여당을 이 대통령이 꽉 쥐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비명횡사'(비명계 인사 대거 낙천) 등을 통해 친명계로 채워서다. 얼마 전 선출된 김병기 원내대표도 당시 공천 실무를 주도한 친명 강경파 중 한 명이다. 최근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의 '충성 경쟁'도 보기 민망할 정도다. "이재명이 정청래"라며 한 몸을 강조하자, 울먹이며 "박찬대가 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응수한다. 이 대통령으로선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제1 야당은 역대 최약체다. 의석수는 100석 겨우 넘는데, 그마저도 친윤이니 친한이니 수십 명씩 쪼개져 알아서 지리멸렬(支離滅裂)하다. 단합해서 없는 힘까지 모아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분열해 각개전투나 하니 응집력도 없다. 비대위원장, 신임 원내대표 등 지도부조차 자기 팔 자기 흔들기다. 이러니 당 지지율인들 오죽하겠나. 얼마 전 국민의힘 지지율이 21%로 민주당 4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탓에 '위헌 정당' 공격도 받고 있다. 아무리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고 해도 제1 야당을 위헌 정당으로 몰아 강제로 해산시키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내란 사태의 동조·방조 책임을 묻는다며 당을 쑥대밭 만들고 눈엣가시인 의원들을 탈탈 털어 약점을 틀어쥘 순 있다.
버거운 상대로 보였던 사법부마저 바람이 불기 전에 먼저 누워 줬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등 방탄 3법을 개정하려 했는데, 법원이 알아서 먼저 대통령 재판을 연기하면서 중단시켰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도 없이 해결됐다.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 해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 개혁 4법과 대법관 증원법 등을 하나하나 법안으로 만들면 수사권과 사법부까지 장악하게 된다. 입법부,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삼권(三權)을 모두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역대 최강 대통령의 탄생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패가 좋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다. 잘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세상'이라는 자만과 오만이 똬리를 틀면 국민이 먼저 안다. 그리고 말없이 떠난다. 다음 선거에서 표로 보여 준다. 손 안에 있다고 생각한 사법부, 수사기관도 언제까지나 우군은 아니다. 바람보다 먼저 누웠지만 바람이 지나가면 바로 일어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충분한 공론화, 숙의를 거치지 않은 사법 개혁은 안 된다. 여당과도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대신 국민, 그리고 야당에 더 다가가야 한다. 이 대통령은 22일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통합의 의미를 담은 오색(五色) 국수를 내놨다. 지난 4일 취임식 땐 통합 의지를 담은 빨강·파랑 배색의 넥타이를 매고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겠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꽃놀이패 대신 이 초심을 끝까지 쥐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때 진정한 역대 최강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불참…대통령실 "국내현안·중동정세 고려해 결정"
탈북자 출신 박충권 의원 "탈북민 비하한 김민석, 사죄하라"
무안공항 참사 피해지역 경제지원 본격화…24일 용역 착수보고회
로드맵 나온 '해수부' 부산 이전에… 국힘 "해수부 이전은 배신행위"
김용태, 李대통령 만나 "임기 뒤 재판받겠다 약속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