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할까…원유 운송 마비 가능한 '요충지'

입력 2025-06-23 16:45:30 수정 2025-06-23 20:53:46

전 세계 석유 소비량 20% 운송
韓 수입 중동산 원유 99% 통과
美 공습 반발 이란의회, 봉쇄 의결
이란 최고국가안보위 최종 결정 남아
봉쇄하면 유가 최고 130달러 전망
美 부통령 "이란 입장서 자살행위"

호르무즈 해협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란 의회(마즐리스)가 22일 자국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한 것이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어 해협 봉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란이 받을 경제적 타격도 적지 않은 탓에 쉽사리 전면 봉쇄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일로드,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바닷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들의 수출 통로이기에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 중 하나로 꼽힌다. 북쪽은 이란, 남쪽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접해 있다.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은 30㎞ 남짓이지만 전 세계 해상 석유 수송량의 약 25%가 이곳을 지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석유류가 통과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도 전 세계 공급량의 20% 이상이다.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대부분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향한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되나

이란 앞바다처럼 보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명령할 만한 법적 권한이 이란에 없다. 그러나 지리적 특성상 이란이 봉쇄 작전을 펼치기에 유리한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다. 해협 자체가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들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 있고, 그나마 수심이 깊은 곳이 이란 영해다 보니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군사적으로도 이란에 유리하다. 수심이 얕아 선박들이 기뢰 공격에 취약하고 이란과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이란 해안이나 내륙에서 발사되는 드론, 미사일 등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군사적 위협에 대한 자위권을 주장하며 해협 인근에 지대함 미사일, 고속정 등을 배치하는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든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위협을 가한 사례는 드물지 않았다. 2019년 이란 혁명수비대는 영국 유조선이 이란 어선과 충돌하고 역방향으로 도주하려 했다며 3개월 동안 억류한 바 있다. 이후에도 그리스 유조선, 이스라엘 연계 컨테이너선 등을 나포한 적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봉쇄 현실화, 유가 급등은 수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게 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2%가량 오른 배럴당 75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장중에는 전장 대비 6% 넘게 오른 배럴당 78.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위험을 반영해 이미 12% 넘게 급등했었다. 설상가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조선 항로 차단이 현실화할 경우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전역으로 충돌 확대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이란에 되돌아오는 정치·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다. 스티븐 쇼크 쇼크그룹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란의 최대 석유 수출 고객인 인도와 중국 두 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협을 봉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 입장에서 자살행위"라며 "이란의 전체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돌아가고 있다. (해협 봉쇄는)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