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이란, 진정성 보이지않아 타격…내일이라도 협상준비돼"

입력 2025-06-23 16:05:56 수정 2025-06-23 20:56:29

여론전 속 '전쟁 수렁' 우려 차단…"이란의 정권교체나 전면전 원하지 않아"
"美의 억제력 회복, 전세계에 보여줬다…미국이 말할 때 세계는 귀 기울여야"
정치권, 이란과 매우 비싸고 긴 전쟁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B-2 폭격기가 이란의 핵 시설 등을 공습했다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B-2 폭격기가 이란의 핵 시설 등을 공습했다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22일(현지시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란의 정권 교체는 원하지 않고 향후 협상 의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같은 중동 전쟁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국내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무기 개발 막기 위해 필요한 조처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이나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서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똑똑한 길"을 선택하기를 바란다면서 "만약 이란이 우리 장병들을 공격하거나 핵무기를 만들려고 계속 시도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 병력이나 이란 국민을 겨냥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작전이 전면전이 아니라 이란의 핵시설만을 겨냥한 제한적인 공습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공개 및 비공개 메시지를 여러 채널을 통해 이란에 직접 전달하면서 이란이 (대화) 테이블로 올 모든 기회를 주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입장과 평화를 허용하기 위해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우리는 이란이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하고서 미국은 이란이 원하면 내일이라도 바로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란이 계속해서 핵무기 보유국이 되고자 한다면 난 그게 정권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 정말로 생각한다"고 말해 어떤 경우에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 이란과 장기전 우려 목소리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이란과 매우 비싸고 긴 전쟁을 치르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과 공화당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짐 하임스 하원의원은 ABC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엄청난 도박을 했다"며 "중동 지역에서 우리가 군사적으로 개입한 역사를 보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끝나는 적이 거의 절대 없다. 실제로는 보통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것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 이례적으로 이번 공습을 비판한 톰 매시 하원의원은 CBS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우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이란과 싸우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모든 전쟁 때문에 지쳤다"고 밝혔다.

매시 의원은 지난 17일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을 발의했으며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한 이번 공습을 위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서 대응을 예고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 적(통상 이란이 이스라엘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 엄청난 범죄를 자행했다"면서 "응징당해야 하고 지금 응징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후 나온 하메네이의 첫 공식 반응이다. 시오니스트는 이스라엘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미국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