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 끼니 무료로 챙기던 식당…지원 돌연 중단 이유는?

입력 2025-06-20 10:14:34 수정 2025-06-20 10:14:38

일러스트 기획=최훈민 기자
일러스트 기획=최훈민 기자

결식아동에게 지급되는 이른바 '급식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아무 조건 없이 무료로 따뜻한 밥을 제공해 온 초밥 뷔페 '쿠우쿠우' A 지점이 최근 무료 식사 제공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개념 없는 아이들이 결식아동의 급식카드를 빼앗아 쿠우쿠우에서 무전취식하다 발각돼서다.

19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쿠우쿠우 A 지점은 최근 매장 앞에 '결식아동지원카드(급식카드) 사용에 대한 안내문'이란 입간판을 매장 앞에 배치했다. 이제껏 급식카드를 가진 아이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왔는데 더 이상 지원이 어렵게 됐다는 공지였다.

지방정부는 결식 아동에게 식비 지원을 위한 '급식카드'가 제공하지만 1식 9천원, 1일 2만4천원으로 금액이 한정돼 있고 일부 식당에서 결제를 거부하는 등 제약이 있다. 쿠우쿠우 A 지점은 2019년 이런 제약을 깼다. 결식아동에게 "급식카드만 보여주면 맘껏 먹을 수 있게 해줄게"란 제안을 했고 6년 간 그 약속을 지켜왔다.

쿠우쿠우 A 지점 앞에 걸린 입간판. 독자 제공
쿠우쿠우 A 지점 앞에 걸린 입간판. 독자 제공

입간판엔 "저희 쿠우쿠우 A 지점은 2019년부터 급식카드를 지참한 지역 내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끼리 '급식카드 지참 시 쿠우쿠우 식사 무료' 라는 게 화두가 된 것인지 동급생 아이의 급식카드를 강탈해 매장으로 와 적발된 사례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점주는 입간판에 "2019년부터 현재까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번도 아이들에게 식사제공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고 기쁜 마음으로 제공해 왔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태로 많이 허탈하고 실망감이 든다. 앞으로 매장 내 결식아동지원카드 무상식사 제공은 중단한다"며 "앞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아동지원센터와 독거노인 지원센터 등 봉사단체에 개인적으로 기부 및 봉사를 할 예정이다. 양해 부탁 드린다"고 했다.

쿠우쿠우 A 지점이 이와 같은 선행을 시작한 건 2019년 일이다. 점주는 매장 앞에 "급식카드! 그냥 안 받을랍니다!"라는 제목의 입간판을 걸고 결식아동에게 통 큰 제안을 했다.

점주는 당시 입간판에 "밥 한 번 편하게 먹자. 얘들아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준단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먹자. 그러니 아래 내용만 지켜주길 부탁할게"라며 "가게 들어와서 눈치 보면 혼난다, 뭐든 먹고 싶은 거 얘기해 줘, 밤 8시40분에 주방이 마감준비를 하니까 그 전에 와, 다 먹고 나갈 때 카드 한 번 보여주고 미소 한 번 보여주고 갔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별 거 없지? 당당하게 웃고 즐기면 그게 행복인 거야. 현재의 너도 미래의 너도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할게"라고 덧붙였다.

매일신문은 점주에게 전화를 걸어 심경 등을 물었다. 점주는 착잡한 목소리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저희 매장명도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다만 점주는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급식카드 무료 식사 제공 종료를 알리는 입간판 하단에 "매장에 오랜 기간 방문해 주셨던 저와 안면이 있으신 가족 분은 개인적으로 매장 내 대표자 명함으로 연락 부탁 드린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