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이어 장마…산사태 불안에 떨고 있는 청송 달기약수터

입력 2025-06-19 16:22:07 수정 2025-06-19 20:01:00

불탄 마을, 장마 앞에 다시 긴장
청송 달기약수터, 관광지가 재난지대로
청송군, 산사태 취약지 전수조사 완료
응급복구 끝났지만, 주민 불안은 계속

19일 청송군 청송군 부곡리 달기약수터. 장마를 앞두고 마을과 산의 경계에 콘크리트 옹벽을 쌓는 모습. 전종훈 기자
19일 청송군 청송군 부곡리 달기약수터. 장마를 앞두고 마을과 산의 경계에 콘크리트 옹벽을 쌓는 모습. 전종훈 기자
19일 청송군 청송군 부곡리 달기약수터. 장마를 앞두고 마을과 산의 경계에 콘크리트 옹벽을 쌓여져 있는 모습. 며칠 뒤 장마가 예고돼 있어서 현장 근무자들의 손이 바빴다. 전종훈 기자
19일 청송군 청송군 부곡리 달기약수터. 장마를 앞두고 마을과 산의 경계에 콘크리트 옹벽을 쌓여져 있는 모습. 며칠 뒤 장마가 예고돼 있어서 현장 근무자들의 손이 바빴다. 전종훈 기자

19일 오후 2시쯤 경북 청송군 청송읍 달기약수터 진입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닭백숙 거리이자 가족 나들이 명소였던 이곳이 전쟁터처럼 변해 있었다.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식당과 주택 대부분이 불타 없어졌고, 그 잔해를 치운 자리는 황량한 풍경만 남았다.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청 예보에 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도로 옆 능선에는 철망과 낙석방지망이 빽빽하게 설치돼 있었고, 급하게 쌓아 올린 콘크리트 옹벽에는 전날 내린 소나기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곳은 지난봄 대형 산불 이후 국토교통부로부터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산자락은 여전히 검게 그을려 있었고, 6월 숲이라기엔 초라하고 앙상한 가지만이 햇볕을 막고 있었다.

달기약수터는 주왕산국립공원 남쪽 자락 골짜기 지형이다. 산불 이후 가장 큰 걱정은 '폭우'다. 실제로 지난 13, 14일까지 이틀간 쏟아진 130㎜ 폭우에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고, 이로 인해 한 차량이 하천에 휩쓸리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14일 오전 불어난 하천이 도로를 덮쳐 30대 여성과 9살 딸이 탄 차량이 하천으로 쓸려 내려 갔다. 다행히 차가 수십 미터 떠내려가다가 하천 중앙에서 멈춰섰고 구조대에 의해 이들은 무사히 구조됐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14일 오전 불어난 하천이 도로를 덮쳐 30대 여성과 9살 딸이 탄 차량이 하천으로 쓸려 내려 갔다. 다행히 차가 수십 미터 떠내려가다가 하천 중앙에서 멈춰섰고 구조대에 의해 이들은 무사히 구조됐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30대 여성이 운전하던 차량은 차도 위로 넘친 물살에 밀려 하천으로 빠졌고, 안에는 9살 된 딸도 함께 타고 있었다. 차는 수십 미터 떠내려가다 다행히 하천 중앙에서 멈춰 섰고, 구조대에 의해 두 사람은 무사히 구조됐다.

비는 그쳤지만 마을엔 여전히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산불로 인해 뿌리마저 타버린 산비탈은 빗물을 머금기는커녕, 토사를 거칠게 쏟아낼 기세다. 주민들은 옹벽 설치로 일부 구간은 막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약수터 입구의 한 식당 앞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식당 벽 너머를 가리켰다. 뒤편 산자락을 눈앞에 마주 보고 있는 구조다.

"뒷산에서 내려오는 건 옹벽 덕에 좀 나아졌죠. 하지만 상류는 다릅니다. 주왕산 쪽에서 토사가 몰려오면 여긴 막을 수가 없어요. 예천처럼 산 전체가 폭삭 무너지면 그냥 끝입니다."

청송군은 이 지역을 포함한 산사태 취약지역 294곳(6월 기준)에 대해 1차 전수조사를 완료했다. 이 중 산불피해지 내 85곳은 별도 점검을 했다.

산사태를 대비한 응급 복구도 서둘러 마무리했다. 총 26곳에서 응급 예방사업을 시행했고, 산사태 인명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주민 대피 계획도 수립됐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산사태 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 내 대피소 95곳에 대한 정비도 마쳤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복구되지 않은 상가와 임시조립건물에서 장사를 재개하려는 상인들은 물건을 들이지도 못한 채 장맛비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주민 B씨는 "산도, 집도, 가게도 다 잃었는데 이젠 매년 비 걱정까지 하면서 살아야 한다"며 "뿌리 없는 산이 장마를 버틸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송군 관계자는 "24시간 산사태 예측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마을방송과 재난문자 등 다양한 매체로 주민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며 "산불 피해지를 중심으로 산사태 현장 예방단을 운영하고, 시설물 사전점검도 철저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