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만 뻥뻥" 트럼프 취임 후 지구촌 곳곳서 파열음

입력 2025-06-16 17:02:46 수정 2025-06-16 20:45:13

유럽과 중동 "평화는 멀어지고, 불안의 연속"
중재국 美 목소리 줄이고, 당사국 존중해야
"국제관계는 상호 존중과 호혜 평등이 기본"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해 캘거리 국제공항에서 현지 부족의 환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내가 왔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알버타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24시간 안에 끝내고, 중동 평화도 문제 없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내 친구입니다."(대선 전 공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제 분쟁을 단박에 처리할 듯이 큰 소리 뻥뻥 쳤지만 실제 지구촌 곳곳에 더 큰 파열음이 일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은 이스라엘-이란 간 전면전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개입(중재)할수록, 평화는 더 멀어지는 형국이다. 일이 더 꼬이는 이유에 대해 전쟁이나 분쟁 당사국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제3자나 다름없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키를 쥐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해 캘거리 국제공항에서 현지 부족의 환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중재국 美, 목소리 줄여야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미국의 목소리가 너무 큰 것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가들에겐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도 결과적으로 미국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입장을 더 중시하고, 우크라이나에게 약소국의 설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동 분쟁 역시 마찬가지다. 아랍권 맹주격인 이란과 무장단체(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에 맹폭을 가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함께 전쟁을 부추기며, 이슬람 국가들을 위협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 언급하며, 친서까지 전달했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파병으로 혈맹관계가 된 러시아나 사회주의 대국인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을 향한 일방적인 구애로 볼썽사납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동 분쟁과 관련, 양측에 협상을 촉구하면서도 "때로는 국가들이 먼저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광'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의 집회. 연합뉴스

◆트럼프 대외정책 '첩첩산중'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외 정책 기조로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하고, 모든 판단을 미국의 이익에 초점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서부 개척사를 언급하며 "미국은 영토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섣부른 판단이나 희망고문도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취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도 단박에 해결할 듯이 말했고, 최근 이스라엘-이란 간 전면전 상황에 대해서도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도 곧 평화가 올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는 지구촌 곳곳의 분쟁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미국의 개입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전쟁이나 분쟁의 피해 당사국들의 입장은 무시한 채, 슈퍼 강대국의 힘을 과시하려 해서는 안된다. 국제 관계에서는 상호 존중과 호혜 평등의 자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정규 계명대 국제학연구소장(미국학 전공)은 "트럼프의 독단적인 태도는 상대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사안을 거래(협상)적 시각으로 보는 것도 문제"며 "강대국일수록 약소국의 아픔을 달래주고, 이해해 줄 때 더 큰 힘이 생기는 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