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지 않는 LA 시위…뉴욕 등 10여개 대도시로 확산

입력 2025-06-11 15:56:36

경찰 LA서 밤새 100여명 체포…LA 도심 야간 통행금지령 발령
샌프란시스코 수천 명 시위…텍사스 오스틴서 시위대 10여명 체포
14일 육군 창설 열병식때 '노 킹스' 시위 예정…트럼프 "엄중 경고"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 빌딩 앞에서 국가방위군과 연방경찰이 경비를 서는 가운데 시위대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 빌딩 앞에서 국가방위군과 연방경찰이 경비를 서는 가운데 시위대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10일(현지시간)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의 도심 방화 등 소요 사태는 다소 누그러진 양상이지만 시위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등 다른 주요 도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LA에서 위험이 제거될 때까지 주방위군이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찰 "간밤 LA 도심서 113명 체포

LA 도심에서의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LA경찰국(LAPD)은 전날 다운타운(DTLA) 내 공연장과 호텔 등이 모여있는 'LA 라이브' 일대와 연방 구금센터 등 공공 청사가 있는 '시빅센터' 일대 등에서 집회 행진과 시위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낮에는 수천 명이 시청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규탄했고, 연방 구금센터 앞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구금된 불법 이민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경찰은 다운타운 전역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했으며, 시위대의 공공 청사 접근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저녁 무렵 시위 인파가 줄어들면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시작했고, 시위대가 반발하자 공포탄과 고무탄 등을 발사하며 진압 수위를 높였다.

경찰은 전날 저녁 96명을 시위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체포했다. 또 1명은 무기 소지한 혐의로, 다른 2명은 각각 체포 불응과 기물파손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전날 저녁 일부 상점을 약탈한 14명도 체포했다.

LA 시 당국은 10일 야간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도심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통행금지 대상은 LA 다운타운(LADT) 지구 내 주요 시위 지역인 1제곱마일(약 2.6㎢)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통행금지령이 며칠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후에 지속 여부를 다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AP는 전날 LA에 도착한 해병대가 아직 도심 시위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았다고 해병대 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단속으로 촉발된 항의시위 도중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단속으로 촉발된 항의시위 도중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미 전역으로 퍼지는 시위 물결

LA에서 시작된 시위는 빠르게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10일 AP와 CNN,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는 미국 10여개 대도시로 확산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샌타애나, 오리건주 포틀랜드, 워싱턴주시애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주 댈러스와 오스틴, 샌안토니오, 일리노이주 시카고, 켄터키주 루이빌, 조지아주 애틀랜타, 테네시주 멤피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뉴욕주의 뉴욕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집회·시위가 열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밤늦게 두 개의 소규모 그룹이 "기물파손과 다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일부를 체포했다.

뉴욕에서도 미드타운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 주변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다 최소 9명이 체포됐다. 텍사스 오스틴 주의회 청사 앞에서도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고 시위대 10여명이 체포됐다.

전국적 시위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행사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병식 행사에서 시위자가 있으면 "엄중한 무력"(heavy force)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