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푯말 없고 잡초무성"…현충시설 품은 공산호국공원 정비 촉구 목소리

입력 2025-06-05 15:39:37 수정 2025-06-05 20:59:50

'미대 여봉산 3.1 독립만세운동 기념비' 올해 국가보훈부 현충시설 지정
'공산호국공원' 입간판만 올해 설치…설명 푯말은 없어
대구시 "공원 정비 계획 추후 검토 예정"

5일 오전 방문한 대구 동구 미대동 공산호국공원. 노후된 보도블럭이 파손돼있고 잡초가 무성했다. 나무 뒤로 미대 여봉산 3·1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보인다.
5일 오전 방문한 대구 동구 미대동 공산호국공원. 노후된 보도블럭이 파손돼있고 잡초가 무성했다. 나무 뒤로 미대 여봉산 3·1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보인다.

올해 제70회 현충일을 맞은 가운데 현충시설을 포함하고 있는 대구 동구 공산호국공원의 환경정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곳은 현충시설에 대한 안내판도 없이 낡은 체육시설처럼 방치돼 있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5일 오전 방문한 대구 동구 미대동 공산호국공원. 이곳은 6.25 및 월남전 참전유공자 기념비, 공산 3선현 현양비와 함께 올해 4월 국가보훈부 현충시설로 지정된 '미대 여봉산 3.1 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건립돼있다. 현충시설은 국가유공자의 공훈 및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시설물 중 국민의 애국심을 기르는 데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시설이다.

해당 기념비는 1919년 4월 26일과 28일 밤에 미대마을 여봉산에서 대한 독립만세 운동을 외치다 옥고를 치룬 채갑원·채학기 애국지사를 비롯한 8명의 공적을 세긴 비석이다. 기념비가 세워진 공산호국공원이 대구시 소유 하천 부지여서 현재는 대구시가 현충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여봉산 기념비가 현충시설임을 알리는 안내판이나 설명 푯말이 전무한 데다 공원 관리상태가 열악하다는 점이다. 공원 주차장도 없어 차량이 보도블럭위에 아무렇게나 주차됐고, 동구청이 설치한 야외 운동기구도 녹슨 채 흩어져있었다. 기념비 부근은 비교적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공원 초입은 잡초도 무성하고 경계석도 일부 파손돼있었다.

홍보나 접근성도 떨어졌다. 공원이 지도 앱에 등록돼있지 않아 목적지를 맞은편 경로당으로 변경해야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공산호국공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공원 입구 쪽 입간판조차 주민들이 수년간 설치를 요청한 끝에 지난 4월에야 설치됐다.

매년 이곳에서 추모제례를 진행하고 있는 최주원 미대 여봉산 3.1 독립만세 만세운동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초행길인 방문객들은 이곳에 현충시설이 있다는 걸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홍보가 부족하다"며 "대구의 호국관광자원이 될 수 있게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자체와 의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구의회에서도 공원 정비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지역구의 김상호 동구 구의원은 "현재 기념비는 대구시에서, 공원시설이나 체육시설은 동구청에서 관리하는 등 관리주체가 나뉘어진 상황"이라며 "부서간 협의를 통해 정비 계획을 세우고 공원은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를 추모하고 선양하는 공간으로 확대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외철 대구시 복지정책과 과장은 "현충시설 안내판 설치는 추후 현장 실사를 거쳐 검토할 계획"이라며 "공원 정비에 관해서는 해당 부지가 하천부지인 만큼 공원 확대 조성이 적절한지 먼저 검토한 후에 동구청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산호국공원에 건립돼있는 미대 여봉산 3·1독립만세운동 기념비. 현충시설로 지정된 배경 및 건립취지 등이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없었다.
공산호국공원에 건립돼있는 미대 여봉산 3·1독립만세운동 기념비. 현충시설로 지정된 배경 및 건립취지 등이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