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칼럼] '셰셰' 이재명의 외교 기조?

입력 2025-06-08 13:12:18 수정 2025-06-08 18:01:01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전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고 이에 반대한다."(미국 백악관)

"미국은 중국에 대해 억측하는 오래된 버릇을 되돌아보며 중한관계를 이간질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중국 외교부)

한국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자 즉각적으로 나온 미 백악관의 첫 메시지에 '중국의 영향력 우려'가 담기자 중국 외교부가 즉각 반박하는 등 미·중이 핑퐁처럼 주고받은 날선 반응이다. 이 대통령 당선에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했고 중국은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는 대선 후 사흘이나 지난 6일 늦은 밤 가까스로 이뤄지면서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한·미 양국이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약속이나 한 듯이 철통 같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동맹에 미세한 균열 조짐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셰셰'(謝謝) 발언을 통해 자신의 친중(親中)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는 이 대통령이 미·중 사이 균형을 강조하면서 줄타기 외교를 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반도운전자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미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면서 중국에 접근하는 바람에 한미동맹이 타격을 입었다. 겉으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하는 듯 보였지만 결과는 미국의 신뢰를 잃어버림으로써 한국외교는 길을 잃고 고립을 자초했다. 중국 역시 '혼밥외교'가 보여주듯 문 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홀대하면서 한·중관계가 비정상적으로 흘렀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기조로 바꾸면서 다시 대중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구심과 우려, 중국의 기대는 이 대통령이 처한 외교적 딜레마다.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중국과는 가까워질 수 없다. 트럼프가 재선되자마자 '관세전쟁'을 통해 충돌을 불사하면서 중국 견제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우리 외교 기조였던 '경중안미'(經中安美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경제 협력을 명분으로 한 한·중 밀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셰셰' 발언이나 '외계인 침공' 운운하는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던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중국의 대만 침공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 대통령에 중국은 환호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미 타임(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입장을 묻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 할 때 그 답을 생각해보겠다"며 대만 침공을 가상의 상황으로 몰면서 사실상 즉답을 회피한 이 대통령이다.

미국은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것으로 보고 대중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기존의 대중(對中) '셰셰' 기조를 유지한다면 한미관계는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는 비상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미·중 간 한국의 균형자 역할은 미·중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기회를 엿보는 '줄타기'로 비칠 뿐이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강 건너 불구경할 사안이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의 에너지와 물동량 45%가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북한의 동시다발적인 군사 도발이라는 양동작전으로 자행될 수도 있다. '셰셰'하고 팔짱 끼고 있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중국은 서해 잠정수역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고 군사 정찰도 가능한 부표 10여개를 설치하면서 서해 도발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대선 직전인 5월 말에는 신형 항공모함을 서해로 진입시켜 함재기 이착륙 등의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군사적 위협도 불사했다.

이 대통령의 친중성향을 통해 '착한' 중국을 기대하겠다는 어설픈 시도는 중국의 비웃음을 살 수 있다. 미국의 경제 보복과 한미동맹 파열이라는 냉혹한 대가 현실화는 이 대통령의 정치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이다. 작금의 미·중관계를 감안한 이재명 정부의 보다 현명한 외교 기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