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살해' 40대 "거액 채무로" 실토…본인은 수면제 안먹었다 말해

입력 2025-06-03 14:36:57 수정 2025-06-03 15:10:06

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인근 해상으로 빠진 일가족 탑승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인근 해상으로 빠진 일가족 탑승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해 살해한 아버지가 경찰 조사에서 거액의 채무 때문에 힘들었다며 범행 동기를 실토했다.

경찰 수사로 아내와 두 아들은 비정한 아버지의 계획을 모른 채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과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일가족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해 숨지게 해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는 아버지 A(49)씨와 가족들은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A씨의 두 아들(18·16)은 학교 측에 "가족여행을 간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 당일 결석했다.

무안의 한 숙박시설에서 하룻밤을 묵은 A씨 가족은 다음날인 31일 저녁께 숙박시설을 빠져나왔다.

이후 목포와 신안을 거쳐 진도로 향하던 A씨는 중간 지점인 목포 모처에 세운 차 안에서 가족들에게 '영양제'라며 수면제와 음료를 건넸다.

차에 탄 동갑내기 아내와 두 아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남편, A씨가 건넨 약이 수면제인 줄도 모르고 복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자정을 넘겨 지난 1일 오전 1시12분쯤 진도군 한 항만에서 A씨는 가족이 탄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했다.

홀로 바다에서 빠져나온 A 씨는 직장동료 B 씨에게 연락해 차편을 제공받아 광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소방 당국이나 경찰에 물에 잠긴 차량 안 가족들을 구조해달라는 신고는 하지 않았다.

학교 측의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전날 오후 8시 10분께 진도항으로부터 약 30m 떨어진 해상에서 차량과 3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시신은 모두 A 씨의 아내와 두 아들로 확인됐으며, 1차 검시에서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사건 발생 약 44시간 만인 전날 오후 9시 10분께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 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에서 "채무가 많아 생활고로 힘들었다. 아내와 두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바다로 돌진했다. 입수 뒤 홀로 차량에서 빠져나왔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다만 A씨는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나도 수면제를 먹었다"라고 했다가 "가족에게만 먹게 했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전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통신기록 등을 살펴 일가족의 정확한 행적도 시간대별로 재구성, 범행 경위 규명에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