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분위기서 투표 시작…투표소 혼동 등 곳곳서 작은 소동 일기도
"대한민국 잘 살게" 뜨거운 본투표 열기…오전 8시 대구 '최고' 투표율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대구지역 사전투표율이 전국 최저수준이었던 만큼, 지역 유권자들은 보다 강하게 본투표 참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보다 빠른 사람들…새벽녘 투표소 둘러보니
3일 오전 4시 30분쯤 찾은 한국전력공사 서대구지사. 하늘은 한껏 흐렸지만 전날 기상예보와 달리 비는 내리지 않았다. 대구 서구 비산4동 제3투표소가 차려진 이곳 본관 1층에서는 투표 준비가 한창이었다. 투표관리관은 선거인명부와 봉인된 상자에 담긴 투표용지를 들였고, 투표사무원들은 투표참관인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투표소 내부를 정돈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투표관리관은 오전 5시 10분 선서와 함께 '투표 준비 절차'를 시작했다. 각 후보별 참관인들은 기표소와 투표함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투표함에 붙일 특수봉인지에 서명했다. 곧이어 투표용지 상자의 봉인이 제거됐다. 해당 투표소에 배부된 투표용지는 약1천900장이다.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지역 유권자 수의 약 80% 수준이다.
투표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투표소 앞에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편한 차림을 한 어르신들이었다. 오전 5시50분 남구 봉덕2동 제4투표소에는 주민 20여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노부부는 손을 잡고 가장 먼저 도착해 투표 시작을 기다렸다. 주민들은 이들 뒤로 줄을 서면서 이웃과 안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줄 가장 앞에 서있던 심산선(77) 씨는 "남편이 오늘도 출근해서, 함께 투표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며 "대한민국을 잘 살게 해줄 정치 잘하는 사람이 뽑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준상(23) 씨는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투표하러 왔다"며 "저번 대선 투표가 생애 첫 투표였는데, 당시에는 정치를 전혀 몰랐던 터라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군대도 다녀왔고,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다 보니 더 진지하게 알아보고 투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표소 혼동에 "안내 없다" 욕설…투표소 곳곳서 혼선
투표가 시작된 직후 투표소 곳곳에선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투표소를 헷갈리거나 자신의 '등재번호'를 알지 못하는 유권자도 적잖았다. 선거인명부 속 사진과 실제 생김새가 달라 투표사무원이 재차 신분증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 북구 고성동의 제1투표소와 제2투표소는 나란히 붙어있는 탓에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투표소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일순간 투표소로 들어가는 줄보다 투표소 옆 안내원으로 향하는 줄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순서를 기다리며 메모해 온 등재번호를 수차례 확인하는 주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대구 중구 남산4동 제1투표소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기표소 내부를 촬영하려다 투표사무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한 노부부는 "출구를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는다"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지팡이를 짚고 온 최경구(70대) 씨는 다리를 절뚝이며 투표를 마쳤다. 하지만 힘겹게 도착한 출구에는 계단 뿐이었고, 최씨는 엘레베이터가 있는 입구로 다시 어려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최씨는 "지난 선거 때는 가족과 함께 왔었는데, 오늘은 혼자 오게 돼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어쨌건 투표는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예상보다 사람이 조금 많았지만, 의자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전투표 꼴찌 대구, 본투표율은 초반 선두
본투표를 마친 유권자 사이에서는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모(70대) 씨는 "한 표를 꼭 행사하고 싶었는데, 사전투표는 부정이 많다고 들었다"며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만큼 본투표일만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대구지역의 본투표율은 7.1%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말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전국 최저 투표율(25.63%)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역 내에 특별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등 투표소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관할 경찰서와 협조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김문수 패배, 이준석 탓·내 탓 아냐…국민의힘은 병든 숲"
"尹이 홍준표 국무총리, 유승민 경제부총리, 이준석 당대표 체제로 운영했다면…"
김문수 '위기 정면돌파', 잃었던 보수 청렴 가치 드러냈다
李 대통령 취임사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분열의 정치 끝낼 것"[전문]
안철수 "이재명, 통합한다더니…재판 중단·대법관 증원법 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