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품 가격 인상은 무정부 상태, 소비 위축 심해진다

입력 2025-06-03 05:00:00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引上)에 고삐가 풀렸다. 물가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정부가 불편한 기색을 비치면 눈치라도 봤는데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자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가격을 올린다. 식품업체들은 대놓고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격 인상이 힘들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빈틈이 생겼다는 지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명 자료를 내며 "대선과 맞물린 가격 인상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6개월간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업체는 60곳이 넘는다.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들지만 소비자단체는 원재료 가격 하락 때엔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비난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1% 오를 때 가공식품 가격은 4.1%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2~3%대 오름세다.

올해 1분기 서민 소득은 줄었는데 물가는 올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소득 하위(下位)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는데, 식료품 가격이 올라 식비 부담은 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최우선 민생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았다. 상승세를 탄 물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을 전망이고, 소비 부진(不振)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4월 소매판매는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2년 2.1% 증가했다가 재작년부터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추세를 바꾸기는 갈수록 어렵다. 소득 감소와 물가 인상만으로도 소비 위축이 불가피한데 인구구조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까지 가세해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내놓은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이 2014년 73.6%에서 2024년 70.3%로 떨어졌다. 새 정부는 널뛰는 물가 고삐부터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아울러 미래 소득 불안을 잠재울 만한 일자리 대책을 속히 내놔야 소비를 살릴 수 있다. 재정 투입 등 단기 요법(療法)과 더불어 산업·인구구조 개혁이라는 중장기 치료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