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등 전략적 유연성 확실시…한반도 안보 위기

입력 2025-06-01 16:46:08 수정 2025-06-01 21:02:47

美 당국자, '전략적 유연성' 추구
북한 오판 신호 될 수 있다는 우려

1978년 철수하는 주한미군 1진 219명이 12월 13일 오전 오산기지에서 미 공군특별기에 오르고 있다. 매일신문DB
1978년 철수하는 주한미군 1진 219명이 12월 13일 오전 오산기지에서 미 공군특별기에 오르고 있다. 매일신문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AP 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고위 국방당국자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북한의 오판 등 한반도 안보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AP 통신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함께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찾은 두 명의 고위 국방당국자는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주둔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감축 숫자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병력 배치 규모는 북한으로부터의 한국 방어뿐 아니라 중국 억제에도 최적화될 것이라 설명했다고 AP는 전했다.

주한미군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하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둔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자세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과 활동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북한이 오판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CSIS 유튜브 영상에서 "트럼프 행정부 1, 2기 출범 첫 100일 동안 벌인 북한의 도발이 다른 어떤 미국 행정부보다 더 많았다"며 "주한미군 감축이 (한반도)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을 수 있겠지만, 북한이 억제 신호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행정부는 부인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주한미군 4천500명 감축 및 재배치' 가능성은 언제든 취할 수 있는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8일(현지시간) 한국 언론과 간담회를 가진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은 "미국 의회 및 한국 측 파트너와의 깊은 협의 없는 주한미군의 실질적 감축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밝히며 "북한은 한국에 계속 위협을 가할 뿐 아니라 지역 전체와 미국에도 위협을 가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