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지가 태백이자 유량 풍부한 낙동강 새 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해야…
AI시대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은 물 자원 풍부한 대구경북
요즈음 시골 들녘은 한가롭다.
질퍽하게 물 고인 논마다 군인들이 제식훈련 하듯 어린 모들이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이따금 부는 바람결에 반원을 그리며 퍼지는 물수제비가 모들을 간지럽힐 뿐이다. 가을이면 '답(畓)평선' 위로 삐죽 고개를 내민 이들이 탱글탱글한 알곡에 고개를 숙이겠지.
벼농사에는 물만 한 효자가 없다. 논에 대는 농수(農水)가 곧 생산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속담이 나왔을까.
중요한 만큼 물을 둘러싼 갈등도 심심찮다. 정치(政治)의 어원이 치수, 물을 끌어와 논에 나누는 것에서 시작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꼬 싸움에 살인 난다'는 옛말도 빈말이 아니다.
오늘날의 물은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지금은 동네 물꼬 싸움이 거의 사라졌지만 국가 차원의 물 분쟁은 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세기 전쟁이 석유를 둘러싼 것이라면 21세기 전쟁은 물을 둘러싼 전쟁일 것"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국가 간 분쟁이나 전쟁이 나기도 한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에 풍부한 수자원이 필수적 요소로 떠오르면서 수자원 이권 다툼은 빈도와 강도가 세지고 있다.
한 줄기로 흐르는 강이 여러 국가에 걸쳐 흐르는 경우, 분쟁은 거의 예외가 없다. 이스라엘은 과거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지으려 하자 댐을 타격했다. 미국과 멕시코도 접경 지대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을 두고 물 갈등을 겪고 있다. 이집트 역시 나일강 상류의 댐 건설을 두고 에티오피아와 갈등을 겪었다.
인도와 파키스탄 충돌에도 인더스강을 둘러싼 물 분쟁이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중국이 티베트 점령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도 주요 수원지의 전략적 위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대구경북은 축복받았다.
무구한 세월 동안 유유히 흐르고 있는 '자립적 물 자원'인 낙동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태백시 매봉산(梅峰山) 천의봉(天衣峯)에 있는 너덜샘에서 시작된다. 북한강 등 발원지가 북한인 것에 비해 온전히 남쪽에 귀속된 강이다. 북한이 마음먹기에 따라 마를 수 있는 여느 강과는 달리 안정적이다. 지류를 포함한 유로(流路)의 총연장이 한강보다 더 길고 유역 면적과 유량은 더 많다.
낙동강은 오랜 시간을 유랑하며 논과 밭을 낳았고,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만들었다. 경북 환동해에서 끌어오는 풍부한 전력과 함께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로의 산업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낙동강의 경쟁력을 더 높여 주어야 한다. 새 정부는 낙동강에 깨끗한 수질이 담보된 정화 작업을 지원하고 낙동강 보를 개방, 혹은 해체할 게 아니라 적절하게 활용·관리해야 한다. 또 큰 강끼리는 고속도로처럼 수로로 연결해 홍수나 가뭄 여부에 따라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배분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산업 전선에 배치되는 현상에 수자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산업 인력을 구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진출할 까닭이 줄어든다. 20만 명의 산업 인력이 200대의 AI 로봇으로 대체되는 산업 시대가 코앞에 와 있다.
논과 아이들 입에 물과 밥 들어갈 때가 가장 좋은 것처럼 태백을 발원지로 하여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보면 그냥 배가 부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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