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왕, 48년 만에 캐나다 의회 '왕좌의 연설'

입력 2025-05-28 16:27:59

영연방 일원인 캐나다 국가원수 자격
통상 대리 연설… 직접 연설 의미 달라
트럼프 미 대통령 도발에 경고장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7일(현지시간) 제45대 캐나다 의회 개회식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왕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7일(현지시간) 제45대 캐나다 의회 개회식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왕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캐나다 의회에서 '왕좌의 연설(The Speech from the Throne)'을 한 건 1977년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 48년 만이다. 그간 캐나다 총독의 대리 연설로 갈음하던 것이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찰스 3세에게 연설을 직접 해 달라 요청했고 찰스 3세가 화답했다. 주권국가로서 캐나다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흔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이 꺼림칙했던 터다.

27일(현지시간) 캐나다 의회 개원식에 영국 국왕이 참석한 건 정치적 함의가 크다. 찰스 3세는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등 13개 영연방의 국가원수다. 48년 만에 보이는 '왕좌의 연설'의 의미는 특별하다. '왕좌의 연설'은 국왕이 의회 개원을 알리고,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영국 의회 연설인 '킹스 스피치'(King's Speech)와 결이 같다. 영국 '킹스 스피치'를 영국 정부가 작성하는 것처럼 '왕좌의 연설'도 내용 대부분을 캐나다 정부가 작성했다. 다만 발언 내용은 찰스 3세가 책임을 진다.

이번 연설에서 찰스 3세는 캐나다의 자결권을 강조하며 캐나다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찰스 3세는 "우리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고 불확실하며 캐나다는 우리 생애 전례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또 "완벽하지는 않지만 수십 년 동안 캐나다인들에게 번영을 가져다준 개방적인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며 "캐나다와 파트너 간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미국과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 등을 무기로 캐나다를 위협한 건 물론, 51번째 주로 미국에 편입해 미국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 돔'을 무료로 이용하라며 주권국가로서의 캐나다의 위상을 비아냥대기도 했다. 심지어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Governor)로 낮춰 부르며 조롱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