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불과 5일 앞둔 현재까지 대구경북(TK)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가 고향이 영천이고,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정통 보수당 후보를 화끈하게 밀어주지 않고 있다. 직전 대통령 선거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치인 김문수와 대구 시민 간 첫 만남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국회의원 3선, 경기도지사 재선을 거치는 동안 김문수의 정치적 기반은 경기도였다.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고향과 깊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랬던 김문수가 2015년 대구에 나타났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 수성갑 출마를 위해서였다. 경쟁자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었다. 김부겸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에서 출마해 아깝게 떨어진 탓에 동정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김부겸 돌풍을 우려한 새누리당은 대항마로 김문수를 선택했다. 새누리당을 장악했던 친박 세력은 유승민 파동을 겪은 탓에 수성갑마저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김문수와 대구 시민 간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경기도지사를 지내는 동안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하게 주장한 게 배경이 됐다. 당시 구미의 LG디스플레이 OLED 생산 라인 일부, 삼성전자 모바일연구소 일부 등이 경기도로 옮겼다.
대구 시민들은 출마를 위해 고향에 온 김문수에게 따졌다. 꼿꼿한 김문수는 "경기도지사로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이 뭐가 잘못 됐느냐"는 취지로 답했다. 사족도 붙이지 않았다. '유감 표명' 정도는 아니더라도 구구절절한 변명이라도 기대했던 대구 시민들의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
거기에다 진정성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친화력이 떨어졌고, 유권자 얼굴을 기억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힘겹게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완패였다. 만약 당선됐으면 새누리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을 것이다. 이후 정치적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이게 대구 시민 대부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김문수 후보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지금의 대구 정치 지형을 만드는 데 김문수 후보가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세간에 당내 중진 40명을 공천 탈락시켰다는 그때다. TK 공천도 변화와 혁신의 연속이었다. 주호영(44), 주성영(46), 이명규(48), 최경환(49) 등 40대 신진 인사를 대거 공천했다. 비례대표였던 유승민(47) 의원도 1년 뒤 대구로 자리를 옮겼다. 결과적으로 TK 역대 최고 공천이라고 평가한다.
이후 사석에서 만난 김문수 후보에게 공천 전후 얘기를 비교적 소상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박근혜 대표가 공천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인물됨과 능력만 보고 공천을 했다"고 밝혔다.
좀처럼 공치사를 하지 않던 김문수 후보가 한마디 덧붙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는 점은 자부한다." 젊음을 불태웠던 노동운동과 치열했던 정치인의 삶을 '헌신'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세력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면 승리하기 힘들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 김문수 후보가 고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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