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 안토니 곰리 국내 최대 개인전 개최…세계 최초 곰리 상설관 'GROUND' 첫선

입력 2025-05-27 11:07:59 수정 2025-05-27 11:18:32

6월 20일부터…총 48점 전시
곰리와 안도타다오가 공동 설계한
새 공간 '그라운드' 오픈

뮤지엄 산 전경. 매일신문 DB
뮤지엄 산 전경. 매일신문 DB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산이 6월 20일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대규모 개인전 '드로잉 온 스페이스(DRAWING ON SPAC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뮤지엄 산 청조갤러리 전관(1~3관)에서 펼쳐지며 조각 7점, 드로잉 및 판화 40점, 설치작품 1점으로 구성된 총 48점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안토니 곰리 개인전이다.

◆조각부터 드로잉, 판화, 설치까지

안토니 곰리는 인간의 몸을 중심에 둔 조각 실천을 통해 조형 언어의 전통적 개념을 재정의해 온 작가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 자신의 몸을 석고로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조각을 제작했고, 이후 인체의 구조와 존재 조건에 대한 물리적·철학적 탐구를 통해 점차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조각을 확장했다. 전통적인 재현과 이상화에서 벗어난 그의 조각은 고정된 오브제로서 기능하지 않으며, 관람자의 신체적 참여와 감각적 인식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촉매'로 작동한다.

전시 제목인 '드로잉 온 스페이스'는 곰리가 오랜 시간 천착한 조각과 공간, 신체의 관계를 드러낸다. 그는 "이 전시의 핵심이 물리적 공간과 상상적 공간을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공간을 점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자신의 몸과 감각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이끈다.

전시가 시작되는 청조갤러리 1관에는 안토니 곰리의 연작 '리미널 필드(Liminal Field)'를 만날 수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 '경계의 영역'을 다룬 이 조각들은 해부학적 묘사를 피하고, 기포처럼 가볍고 유동적인 형상으로 구현된 7점의 인체 형상들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자신의 몸과 공간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성찰하게 되며 물리적 공간 속에서 '존재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청조갤러리 2관에는 지난 30여 년간 인체, 공간, 자연의 상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추적한 곰리의 드로잉 및 판화 연작이 소개된다. '바디 앤 소울(Body and Soul)'는 곰리가 '몸 안의 암흑'이라 표현한 인간 내면의 감각과 의식 구조를 보여준다.

'럭스(Lux)' 드로잉은 빛과 어둠 사이에서 인간이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를 탐색한다. 곰리는 드로잉을 조각의 준비 단계를 넘어, '공간적 사고를 시각화하는 첫 번째 단계'로 인식하며, 조각과 동등한 조형 언어로 사용해 왔다.

청조갤러리 3관의 '올빗 필드 투(Orbit Field II)'는 안토니 곰리 조각의 핵심 개념을 집약한 공간 설치작업이다. 이는 우주 천체가 중력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운동을 형상화한 것으로 거시적 세계의 질서를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양자의 차원에서 전자의 스핀과 운동이 상호작용하는 미시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수십 개의 스틸 원형 구조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전시장 전체를 가로지르며, 관람객의 움직임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허리를 숙이고 몸을 기울이며 작품 사이를 통과하는 행위는 관람자의 신체를 조각의 일부로 끌어들여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화이트 큐브의 전시장과 대비되는 이 작품은 고정된 오브제가 아닌 관람자의 감각적 참여를 유도하는 '행위의 장치'로 작용한다.

◆세계 첫 곰리 상설관 첫선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안토니 곰리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공동 설계한 뮤지엄 산의 새로운 공간 '그라운드(GROUND)'도 첫선을 보인다. 건축, 조각, 자연이 하나로 호흡하는 그라운드는 작품인 동시에 장소로 기능하며, 뮤지엄 산이 설립 이래 지속해 온 '예술-자연-건축'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적 공간이다.

그라운드는 내부 직경 25m, 천고 7.2m, 직경 2.4m의 원형 천창을 갖춘 돔 형태의 공간으로, 뮤지엄 SAN의 플라워 가든 아래에 조성됐다.

빛이 원형 천창으로 유입되는 그라운드는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의 약 4분의 3 규모에 해당하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압도적인 건축적 스케일이 자아내는 내부 공간은 곰리의 조각과 결합해 단순히 전시장이 아닌 작품과 건축이 불가분하게 연결된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로 공명한다.

이곳에는 곰리의 조각 '블록 웍스(Block Works)' 7점이 분산 배치돼있으며 건축과 조각, 자연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감각적 체험을 이끌어낸다.

관람객은 지상의 입구로 입장해 계단을 통해서 아래로 내려간다. 넓은 유리창 너머에 원형의 본실이 펼쳐진다. 마치 플라톤의 동굴을 떠올리게 한다. 내부에 들어선 관람객은 단순히 감상자가 아니라 공간의 울림에 참여하면서 내면의 몰입과 깊은 성찰을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간 바깥에 홀로 서 있는 인체 조각이 관람객의 시선을 하늘과 산과 계곡으로 유도한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