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가 사법 장악' 베네수엘라, 선거도 무너졌다

입력 2025-05-26 18:39:41

총선 불신 극에 달해…투표율 10%대로 추락, 與 압승

베네수엘라 총선과 지방선거가 실시된 2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 시내 한 투표소의 모습.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총선과 지방선거가 실시된 2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 시내 한 투표소의 모습. 연합뉴스

친(親)정권 대법관 수를 늘려 사법부를 사실상 붕괴시킨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선거' 마저 무너뜨렸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 투표율이 사법부의 부정선거 옹호 판결에 유권자들의 선거 불신이 높아지면서 1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이 투표, 사실상 투표소가 텅텅 빈 셈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이날 국회의원 285명을 뽑는 총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82.6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통합사회주의당은 24개 주지사직 가운데 23개를 차지했다.

투표율은 저조했다. 중남미 지역 언론 인포바에는 여론조사기관 메가아날리시스 집계 결과 투표율이 12%를 조금 넘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일부 투표소의 경우 현장을 지키는 군인이 유권자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선거 이후 유권자들의 선거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치러졌다. 당시 대선은 마두로 정권 심판 분위기 속에 치러졌고, 출구조사에서도 야권 대선 주자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지만 친정부 성향의 선관위는 개표가 완료되기도 전에 현직이었던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공식화했다.

국내 여론이 들끓고 국제사회도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대법원마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 기틀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군부 출신 우고 차베스가 2013년 재임 중 암으로 사망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래 12년간 사실상 독재 정권을 구축 중이다.

차베스는 집권 직후 사법부 장악을 위해 '사법 개혁'을 빌미로 여당 우위였던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도록 했다. 이후 2004년 대법관 수를 기존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렸고, 늘어난 12명 전원을 친(親)정부 성향 인사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