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름이 '마 제육 볶아온나'…대구 대학 축제서 여성혐오 논란

입력 2025-05-25 16:34:28 수정 2025-05-25 21:16:25

영남대·대구대 특정학과 공식 SNS서 혐오 표현… 앞서 한양대서도 문제 제기
남자가 원하면 한밤중에도 요리해야 한다는 의미
"불편함 드려 죄송" 사과… 별다른 해명 없이 글 지운 곳도

문제가 된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축제 주점의 메뉴판. 메뉴판 이미지는 공식 SNS 계정에서 지워진 상태다.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인스타그램 갈무리.
문제가 된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축제 주점의 메뉴판. 메뉴판 이미지는 공식 SNS 계정에서 지워진 상태다.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인스타그램 갈무리.

전국 곳곳에서 대학 봄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지역 일부 대학 학과 주점이 여성혐오표현이 들어간 메뉴를 내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학생회는 지난 19일부터 3일간 진행된 봄 축제 기간 주점에서 제육볶음 메뉴 이름을 '제육 볶아온나'로 지었다.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도 공식 SNS 계정에 역시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릴 축제 주막 메뉴에서 제육볶음을 '마 제육 볶아온나'로 이름붙였다.

해당 표현은 SNS에서 성차별적인 밈(meme)으로 쓰인다. 지난 2020년 한 유튜버가 여자는 남자가 원하면 한밤중에도 요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성차별적 용어로 굳어졌다.

여성은 부엌 공간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얘기는 문화권과 관계없이 성차별적으로 해석된다. 영미권에서 '샌드위치나 만들어 와(make me a sandwich)' 같은 표현도 같은 의미다. 지난 17일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도 해당 표현을 연상시키는 '제육 볶아온 나'라는 메뉴명을 사용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해당 표현에 대해 "표현 자체도 문제지만 밈이 담고 있는 의미까지 이해하고 메뉴 이름을 정한 것 같아서 더 불쾌하다", "공식 SNS에 올리는 글인데 아무도 문제 인식을 못했다는 게 놀랍다" 등 문제를 제기하는 재학생이 적잖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학생회 측은 곧바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지난 23일 심리학과 학생회장 A씨는 "주막 메뉴로 사용된 '제육 볶아온나'라는 명칭이 여성비하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많은 분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셨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지했다"며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학생회는 별다른 사과문 없이 공식 SNS에서 논란이 된 게시글을 삭제했다.

도시공학과 학생회 관계자는 "학교 소속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축제와 관련 없는 댓글을 다수 달았다"며 "축제 진행에 차질이 생길까봐 일단 게시글을 지웠다"고 말했다.